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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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차솔' '봉차' '슈로더 브릭스' 부르기만 해도 아픈 해외펀드 이름들이다. 첫 만남은 기쁨이었지만 이내 고통을 안겨줬고 결국엔 절망으로 바뀌었다. 해외펀드에 대한 악몽을 안고 있는 투자자가 적지 않은 가운데 오는 29일부터 비과세 해외펀드 상품이 대거 쏟아진다. 해외주식에 60% 이상 투자하는 신규 펀드에 가입하면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접어든만큼 해외주식펀드는 수익률 제고를 위한 좋은 투자 수단이라고 조언한다. [한경닷컴]은 3회에 걸쳐 이번 비과세 해외펀드의 장·단점과 눈여겨봐야 할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용인에 사는 직장인 A씨(34)는 최근 증권사에 다니는 친구에게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해외펀드가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다. 조건이 좋으니 여윳돈이 있으면 투자해보라는 권유였다. A씨는 8년 전 중국펀드에 가입했다가 수익은 커녕 원금마저 잃어버린 아픈 경험이 있다. 사회 생활 초년병 시절이던 당시 1300만원이란 목돈을 부었지만 수익률은 마이너스 31%. 이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비웠지만, 과연 '미워도 다시 한번' 해외펀드에 눈을 돌려도 될 지 고민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한국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26%에 불과해 독일(96%), 싱가포르(83%), 프랑스(81%), 캐나다(56%)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한국 비중이 2%가 되지 않는 걸 감안하면 국내 자산으로 쏠림 현상이 심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투자자들도 이제 분산 투자뿐 아니라 수익률 제고를 위해서도 해외펀드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29일 시작하는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비과세 해외펀드)는 해외투자를 촉진시키고 장기투자 문화를 활성화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해외펀드는 투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 됐다"며 "이번 비과세 해외펀드는 10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앞으로 10년간 높은 수익률을 바라볼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내 38개 자산운용사들은 29일과 다음달 2일 310개의 비과세 해외펀드를 일제히 출시한다.

기존 해외펀드의 경우 주식매매차익과 환차익에 대해 15.4%의 세율을 부과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적용하면 최대 41.8%의 세금을 내야해 부담이 적지 않다.

반면 비과세 해외펀드는 해외 상장주식에 대한 매매, 평가차익, 환차익까지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예를 들어 해당 펀드에 3000만원 투자 후 330만원(매매이익 300만원·배당소득 30만원)의 투자 이익이 발생한 경우 일반 해외펀드는 15.4%인 50만8000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비과세 해외펀드는 배당 소득인 30만원만 과세 대상이 돼 4만6000원 세금만 내면 된다.

투자 대상은 '해외주식에 직·간접적으로 60% 이상 투자하는 펀드'로 해외 증시와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역외펀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는 제외한다.

다음달 14일부터 시작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교해도 세금 혜택이 큰 편이다. ISA의 한도 금액이 200만원이고, 세제혜택 기간이 5년인데 비해 비과세 해외펀드의 비과세 금액은 한도가 없고, 기간도 10년으로 더 길다.

가입기간은 내년 12월31일까지로, ISA와 달리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납입한도는 1인당 3000만원이고, 복수의 금융 회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ISA와 달리 누구나 가입 가능하고 소득과 연령 제한이 없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금융소득종합세 제한이 없어 자산가들도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식배당 이자수익 환헤지에 따른 수익은 과세 대상이다. 계좌개설, 펀드 신규매수, 계약기간 연장, 한도증액 등은 2017년 말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투자전략을 짜야한다.

2018년부터는 잔여한도 내에서 이미 보유한 펀드의 추가 매수만 가능하고, 신규투자가 불가능하다. 투자하고 싶은 펀드가 생기더라도 투자할 수 없는 것이다.

유동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큰 해외주식형펀드를 투자할 때는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2018년 이후에는 신규 투자가 어려운 만큼 2017년 말까지 지역별로 대표적인 펀드를 미리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근희/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