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녕 씨, 장편 '피에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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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잃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유사 가족' 얘기
소설가 윤대녕 씨(사진)가 11년 만에 새 장편을 들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가족공동체 해체로 도시에서 난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몇 년 동안 구상한 그는 신작 《피에로들의 집》(문학동네)을 통해 ‘유사 가족’이라는 소재를 제시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유사 가족으로 성립할 수 있는지, 그 구성원이 서로 손을 붙잡고 어려운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을지 묻는 작품이다.
36세의 전직 연극배우이자 극작가, 연출가인 주인공 김명우는 자신에 대한 회의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연극계에서 퇴출당하는 길을 택한다. 알코올 의존증까지 겹쳐 삶의 의욕을 찾지 못한 그는 우연히 어떤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집 1층에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는다.
대비마마, 또는 엄마라는 뜻의 ‘마마’라는 별명을 가진 할머니는 자신의 조카, 자신을 소모하며 살아온 것을 깨닫고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는 사진작가 윤정, 연인의 죽음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대학 휴학생 윤태 등을 보듬어 살고 있다. 마마의 집 이름인 성북동 ‘아몬드나무 하우스’는 고대 중동지역에서 배고픈 나그네를 위해 아몬드나 무화과를 가로수로 심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아몬드나무 하우스에 살고 있는 모두가 실은 난민이나 고아 같은 존재들이니까요. 어쩌면 당신도 난민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마마로 살아가는 거겠죠. 남달리 외롭게 살아온 분이거든요.”(작품 중)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살았던 김명우는 아몬드나무 하우스 가족과 부대끼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한편 그들이 품고 있던 아픔을 조금씩 발견한다. 각자 사연을 품고 아침에 집을 나간 이들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얼굴을 맞댄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마치 피에로의 분장처럼 자신을 숨겨도 집은 이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품는다.
작품 속에선 성북동, 혜화동, 정릉 등 서울 곳곳의 지명과 풍경이 자세히 표현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품 전개에 따라 집을 나왔다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몬드나무 하우스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가족처럼 지낸다. 하지만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처럼 살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도 안고 산다. 그래도 지금 어디선가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차분하게 감정을 건네고 위로하는 작품이다. 252쪽, 1만3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36세의 전직 연극배우이자 극작가, 연출가인 주인공 김명우는 자신에 대한 회의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연극계에서 퇴출당하는 길을 택한다. 알코올 의존증까지 겹쳐 삶의 의욕을 찾지 못한 그는 우연히 어떤 할머니로부터 자신의 집 1층에 있는 카페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함께 살자는 제안을 받는다.
대비마마, 또는 엄마라는 뜻의 ‘마마’라는 별명을 가진 할머니는 자신의 조카, 자신을 소모하며 살아온 것을 깨닫고 또 다른 삶을 준비하는 사진작가 윤정, 연인의 죽음으로 마음의 문을 닫은 대학 휴학생 윤태 등을 보듬어 살고 있다. 마마의 집 이름인 성북동 ‘아몬드나무 하우스’는 고대 중동지역에서 배고픈 나그네를 위해 아몬드나 무화과를 가로수로 심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지금 아몬드나무 하우스에 살고 있는 모두가 실은 난민이나 고아 같은 존재들이니까요. 어쩌면 당신도 난민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지금의 마마로 살아가는 거겠죠. 남달리 외롭게 살아온 분이거든요.”(작품 중)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살았던 김명우는 아몬드나무 하우스 가족과 부대끼며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한편 그들이 품고 있던 아픔을 조금씩 발견한다. 각자 사연을 품고 아침에 집을 나간 이들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와 얼굴을 맞댄다. 각각의 등장인물이 마치 피에로의 분장처럼 자신을 숨겨도 집은 이들을 넉넉한 마음으로 품는다.
작품 속에선 성북동, 혜화동, 정릉 등 서울 곳곳의 지명과 풍경이 자세히 표현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작품 전개에 따라 집을 나왔다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몬드나무 하우스 사람들은 가족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가족처럼 지낸다. 하지만 혈연으로 이뤄진 가족처럼 살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도 안고 산다. 그래도 지금 어디선가 가족처럼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차분하게 감정을 건네고 위로하는 작품이다. 252쪽, 1만30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