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름다움은 한순간 구원이 된다
러시아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 ‘백치’에서 미시킨 공작의 입을 빌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작가인 샤를 페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때》에서 칸트와 헤겔, 프로이트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움이 주는 매혹과 감동의 수수께끼를 탁월한 글솜씨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이렇게 정정한다. “아름다움은 단순히 구원의 가능성을 엿보게 할 뿐이다” 또는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한순간 구원을 믿게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름다움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자연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불러일으키는 미적 감동은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저자는 그럼에도 아름다움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에는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것과 직면하게 하고, 그것을 좋아하게 하는 힘이 있다”며 “그렇게 아름다움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무능에서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이다. (샤를 페펭 지음, 양혜진 옮김, 이숲, 196쪽, 1만5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