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임원보수 공개 확대 신중해야
상장회사의 연봉 공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미등기 임원이나 일반 직원도 상장사 연봉 상위 5인에 해당하면 개인별 보수를 연 2회 공개토록 하고 있다. 현재는 등기임원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경우에만 공개한다.

개정안은 보호하려는 법익보다는 침해하는 법익이 더 크다. 개인별 보수 공개는 성과와 상관없이 과도한 보수를 받는 임원에 대해 주주의 감시 기능을 강화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 결과 특정한 행위가 아니라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법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인 ‘보편성’에 위배될 수 있다. 개인별 보수공개제도를 시작한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임원 보수의 결정주체가 해당 임원들의 회의체인 이사회다. 즉 주주의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부 국가에서 임원 보수에 대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승인은 임원 보수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개인별 보수 공개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임원 보수에 대해 사후적 통제 기능이라도 작동하게 하자는 취지로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한국은 임원 보수가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들의 사전 통제 기능이 현재 제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개인별 보수공개제도까지 도입하는 것은 과잉 규제다. 상장사 임원들이 얼마나 급여를 많이 받는지에 대한 사회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개정안은 등기임원의 보수 공개가 의무화되자 미등기 임원으로 물러난 일부 재벌 총수를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대주주인 미등기 임원의 보수는 이미 세법에서 규제받고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43조 3항에서는 ‘법인이 지배주주인 임원 또는 사용인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동일 직위에 있는 지배주주 외의 임원 또는 사용인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초과하여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 그 초과금액은 이를 손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를 밝히지 못하는 과다한 보수는 비난받을 만하다. 개인별로 보수를 공개한다면 이런 경우에 한해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개인별 보수 공개는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기업가 정신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공개 대상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

김진규 <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