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중국대사의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언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은 다른 나라의 안보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다. 사드 배치 땐 한·중 관계 파탄 운운했던 추궈홍 중국대사가 우리 외교부에 더민주당의 요청으로 찾아간 것이며, 사안의 민감성을 이해한다고 해명했다는 말도 들리지만 외교부는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각에선 과거 마늘파동 때와 같은 중국의 보복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일로 중국이 사드 배치를 극히 경계한다는 것이 거듭 확인됐다.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금지 및 항공유 수출금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UN의 초강력 대북(對北) 제재 방안에 미국과 합의한 데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은 지난해 전체 수출의 42%로 10억달러를 넘는다. 북의 타격이 클 것이다. 사실 중국도 고민이 많다. 북이 비핵화원칙을 정면으로 깨고 있는 것은 중국에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대북 통제력도 떨어졌다. 그렇다고 당장 북한 정권을 포기하기도 어렵다. 중국이 초강력 대북 제재에 합의하면서도 북한 주민의 생활까지 곤란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입장인 것도 그래서다. 중국이 미·북 평화협정을 제안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지만 중국은 언제까지 북을 옹호하고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북 대화보다 한·중 간 대화가 더 필요하다. 북의 급변 사태를 포함해 ‘그 이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시급하다. 한·중 관계는 결코 한두 개 사건으로 일희일비할 수 없다. 국내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경제적 보복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이는 단견이다. 한·중 간 교역 규모가 이처럼 커진 상황에서 무역분쟁이 벌어지면 양국 모두 큰 타격을 피할 수 없다.

경제 관계가 긴밀할수록 평화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칸트의 통찰이다. 정부는 대북 문제에 대해 보다 높은 차원의 비전이 필요하다. 그래야 중국에도 신뢰를 줄 수 있다. 통일로 가는 기나긴 노정에서 숱한 변수와 난관이 있을 것이다. 사드 갈등은 그 작은 사례일 뿐이다. 긴장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시중 여론은 너무 졸갑증을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