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이너스금리 한달…엔고에 주가 하락, 여론도 싸늘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전격 결정(1월29일)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주가가 오르고 엔화가치가 떨어지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효과는 2~3일에 그쳤다. 국제 유가 급락과 미국 경기둔화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엔화가치는 지난 11일 달러당 110엔대까지 치솟고 닛케이225지수는 15,000선이 무너졌다. 최근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 간 자금거래 급감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일본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신규 발행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도입 결정 직전 연 0.2%에서 26일 연 -0.075%까지 급락했다. 장기금리를 끌어내려 소비와 투자를 유도하려는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의도대로였다.

하지만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거꾸로 반응했다. 통상 금리를 내리면 엔화가치가 떨어져야 하지만, 일본이 건국기념일로 휴장한 11일 시드니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10엔대로 치솟았다. 엔화 강세에 따른 기업실적 부진 우려로 닛케이225지수는 12일 15,000선이 깨지면서 1년4개월 만에 최저로 곤두박질쳤다. 29일 엔화가치는 달러당 112.87엔으로 도입 결정일보다 7엔 이상 뛰었고, 닛케이225지수는 한 달 새 8.5% 하락했다.

은행 간 자금거래가 사실상 마비되는 부작용도 나타났다. 일본은행 의도와 달리 신용경색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5일 일본 시중은행 간 자금거래 잔액은 4조5100억엔으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한 지 한 달도 안 돼 79% 급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초과지급준비금에 연 -0.1%의 금리를 부과함에 따라 은행들이 자금운용에 따른 리스크를 얼마나 떠안아야 하는지 혼란에 빠졌다며 금융시장이 안정되려면 최소 한 달 이상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노믹스에 부정적 여론 50%

일본 내 여론도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28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0%로, ‘평가한다’(31%)는 답을 크게 웃돌았다. 부정적 평가가 50%에 도달한 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2012년 12월 아베 정부 출범 후 엔화 약세로 수출 대기업 실적은 사상 최대 수준이지만 지방과 중소기업은 혜택을 못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자 실질임금이 4년 연속 감소하면서 경기회복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불만 역시 높아지고 있다. 15일 발표된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4%로, 2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금리 도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가 53%로, ‘평가한다’(23%)의 두 배를 넘었다. 급격한 엔고(高)와 주가 하락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