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불거진 이른바 ‘공천 살생부’ 논란으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살생부설(說)’을 처음 언급한 비박계 정두언 의원과 “정가에 떠도는 얘기를 정 의원에게 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김무성 대표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친박계는 살생부 논란을 김 대표의 자작극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로부터 또 어떤 형태로든지 공천과 관련한 문건이나 이런 걸 받은 일이 없고 또 말을 전해 들은 바도 없다”며 “최근 정가에 떠도는 유언(流言)을 종합해보면 이런 이런 말들이 들린다고 했을 뿐”이라고 살생부 존재를 부정했다.

정 의원이 지난 27일 기자들에게 언급한 살생부는 청와대가 새누리당 현역의원 40여명의 물갈이를 요구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40여명 명단에는 비박계 의원을 중심으로 일부 친박계 중진 의원이 포함돼 있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살생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친박계는 김 대표를 겨냥해 공세를 폈다. 살생부의 진위 여부를 떠나 청와대와 친박계가 마치 공천에 개입한 듯한 의혹을 지폈으니 김 대표가 직접 살생부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떠도는 공천학살설은 정말 참담하고 부끄러우며, 이유가 어떻든 당대표가 (논란에) 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하다”고 비판했다.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은 “당대표가 스스로 문제를 일으켰으니 모든 사람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는 이번 살생부 논란과 관련, 공천 세부 기준을 놓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김 대표가 공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작극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정 의원을 참석시켜 살생부를 둘러싼 증언을 들었다. 김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26일 (김 대표를 따로 만났을 때) 김 대표가 물갈이 명단을 언급하며 굉장히 비분강개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를 끼쳐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를 정 의원에게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며 “문건을 받은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고 정 의원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정호/박종필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