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B업계 영향력 1위는 정영채"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부사장)가 올해 투자은행(IB)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뽑혔다. 2014년과 지난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에게 빼앗겼던 1위 자리를 2년 만에 되찾았다.

지난해 아시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사상 최대 규모인 홈플러스 인수를 성사시킨 김 회장은 정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KDB대우증권을 인수한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은 4위로 처음 순위권에 진입했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marketinsight.hankyung.com)가 최근 국내외 증권회사, 연기금, 회계법인, 법무법인, 사모펀드(PEF) 운용회사의 대표급 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7.5%가 정 대표를 IB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았다. 그는 마켓인사이트가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12년부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었다.

정 대표가 이끄는 NH투자증권은 은행들이 독차지하던 인수금융시장에서 작년부터 1위에 올라서며 기업 인수합병(M&A) 전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각각 4조3000억원, 1조9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주선했다.
"올해 IB업계 영향력 1위는 정영채"
12.5%의 표를 받아 2위를 차지한 김 회장은 작년 9월 기업 가치가 7조6800억원에 달하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사모펀드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한 응답자는 “MBK파트너스는 국내에서 나오는 조 단위 ‘메가딜’을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M&A 시장의 기업 가치 평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응답자는 “씨앤앰 등 일부 자산의 투자 회수(엑시트)가 부진해 업계에서 위기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해외 기관투자가(LP)들은 MBK를 한국에서 대형 딜을 잇따라 성사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PEF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3위는 7.5%를 얻은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차지했다. 작년에 처음 순위권에 진입한 이후 2년 연속 3위 자리를 지켰다. 한 대표가 이끄는 한앤컴퍼니는 같은 업종의 기업을 다수 인수해 통합하는 ‘볼트온(Bolt-on) M&A’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 토종 사모펀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2년 대한시멘트와 유진기업 광양공장(현 한남시멘트)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 쌍용양회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게 대표적이다.

2조4000억원의 ‘통 큰 베팅’으로 대우증권을 인수한 박현주 회장은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아 4위(5%)를 차지했다.

홍콩계 아시아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박영택 회장도 공동 4위에 올랐다. 어피너티는 지난달 디지털 음원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카카오에 1조8700억원에 매각해 3년 만에 1조원 이상 차익을 내는 등 투자 회수에 능하다는 평을 받는다.

기업인 중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위로 유일하게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화학·방산사업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고, 지난해 나머지 화학 계열사를 롯데그룹에 판 데 이어 올해도 비핵심 자산 매각을 이어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500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강면욱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도 공동 6위를 차지했다.

송인준 IMM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도 같은 6위였다. 송 대표는 유학파와 외국계 IB 출신이 득세하는 사모펀드업계에서 IMM을 한국을 대표하는 순수 토종 사모펀드로 키웠다는 평을 받는다.

채권 발행, M&A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정일문 부사장도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개인고객그룹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창재/김태호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