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배워도 어려운 재무설계…금융사 '투자 컨설팅'도 함께 받아야
‘교육만으로는 사람의 금융행동을 바꿀 수 없지만 컨설팅(상담)을 결합하면 가능하다.’

영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온 나라로 유명하다. 일찍부터 정부 차원에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금융교육에 힘썼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교육만으로는 안 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커졌고, 금융교육에 컨설팅을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2010년 이후 100세 시대가 사회적 관심사로 급부상하면서 공공기관, 언론사, 금융회사 등에서 생애재무설계, 노후설계, 은퇴설계 등의 이름을 붙인 교육을 앞다퉈 선보였다.

그렇다면 생애재무설계 교육과 컨설팅을 받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이 만 25세 이상 성인 25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펀드투자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자자 교육을 받은 사람이 13.4%, 전문가로부터 재무설계 컨설팅을 받은 사람은 19.5%로 나타났다. 이들을 4개 그룹으로 나눠 비중을 살펴보면 교육과 컨설팅을 모두 받은 사람(A그룹)이 8.5%, 교육은 받고 컨설팅은 받지 않은 사람(B그룹)이 4.9%, 교육은 받지 않고 컨설팅만 받은 사람(C그룹)은 10.9%였다. 교육과 컨설팅을 모두 받지 않은 사람(D그룹)은 조사 대상자의 4분의 3인 75.7%에 달했다.

그룹별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선 노후를 위해 경제적 대비를 하고 있는 사람 비중은 A그룹이 82.4%로 가장 높았고, C그룹(73.3%), B그룹(52%) 순이었다. D그룹은 이 비중이 47.3%에 그쳤다. 교육만으로도, 컨설팅만으로도 부족하고, 2개가 결합돼야 효과가 가장 크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것은 올해 재테크 및 재무설계 분야의 핫 이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비과세 해외펀드에 대해 들어봤고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의 비중도 A그룹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점이다.

이 같은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소득 수준과 보유 자산 규모를 꼽을 수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보유 자산이 많을수록 교육과 컨설팅을 접할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생애재무설계 교육을 협의하려고 만나는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교육담당자들은 반드시 이런 말을 꺼낸다. “교육만으론 부족하다는 거 아시죠? 컨설팅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시는 거죠?”

소득 수준이 낮거나 보유 자산 규모가 작은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교육과 컨설팅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게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개인 차원에서는 스스로 교육과 컨설팅 기회를 찾아서 이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