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부터 1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수출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작년 12월부터 3개월 연속 두 자릿수로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던 수출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졌다.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면 정부가 올해 목표치로 제시한 경제성장률 3.1%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출 14개월째 감소] 수출, 석 달째 두자릿수 '뒷걸음'…선박 46%·석유제품 27% 줄어
◆반도체 등 여전한 감소세

지난달 수출 감소폭은 전년 동월 대비 12.2%로 전달(18.8%)보다는 줄었다. 하지만 이는 윤달인 2월의 조업일수가 하루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지난달 조업일수는 20일로 전년 동월 조업일수(19일)보다 하루(5.2%) 많았다. 조업일수를 하루 빼고 계산하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줄어든 것이다.

주력 수출 품목 대부분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와 평판 디스플레이가 각각 12.6%와 22.1% 줄었다.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PC용 D램(4기가바이트 기준) 단가는 지난달 1.84달러로 전년 동월(3.44달러)보다 46.5% 떨어졌다. LCD(액정표시장치·32인치 기준) 단가 역시 같은 기간 94달러에서 51달러로 45.7% 하락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달 30억달러로 전년 동기(33억1000만달러)보다 9.3% 감소했다. 주요 신흥국의 경기 둔화로 타격을 받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국제 유가 하락의 직접 영향을 받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의 2월 수출도 지난해 동월 대비 각각 26.9%와 6.3% 감소했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 유가는 지난달 배럴당 28.8달러로 작년 2월(배럴당 55.7달러)에 비해 48.3% 하락했다. 1년 전에 비해 해양플랜트 수주가 격감한 조선업계의 선박 수출은 46.0% 감소했다.

컴퓨터(6.2%)를 비롯한 무선통신기기(2.8%)와 일반기계(2.4%)는 수출이 소폭이나마 늘었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이 늘어난 것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7 출시를 앞두고 부품 등을 조립공장이 있는 베트남으로 대량 내보낸 데 따른 효과라는 분석이다.

◆회복되지 않는 대중 수출

지난달 대중(對中) 수출은 86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99억3000만달러)보다 12.9% 줄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는 대중 수출이 부진한 까닭으로 ‘세계 경기 부진’을 꼽았다. 글로벌 수요가 부진한 탓에 세계 생산 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의 수요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나성화 산업통상자원부 수출입과장은 “지난 1월 중국의 대(對)세계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1% 감소했다”며 “중국이 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내수 정책을 펴는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8.2% 감소를 기록했던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17.9% 증가로 돌아섰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7 효과’로 봐야 한다는 게 산업부 설명이다. 그나마 경기가 크게 나쁘지 않은 미국에 대한 수출도 4.2% 증가했다. 대일본 수출은 15.0% 감소했다.

정부는 이달 말께 ‘유망 소비재 수출 확대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대상 품목은 화장품 의약품 식료품 패션의류 생활·유아용품 등이다.

이인호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해외 판매를 늘릴 수 있는 유망 소비재 품목에 대한 지원책과 품목별 집중 공략 국가 등을 제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