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다음 신조어의 뜻은?

(1) 궁물 ②고답 ③글설리 ④솔까말 ⑤난희골혜 ⑥ㅇㄱㄹㅇ ⑦낄끼빠빠 ⑧쿠크 ⑨복세편살 ⑩제곧내

요즘 SNS에 유행하는 신조어 주관식 문제다. 30개인데 10개만 추려봤다. 9개 이상 맞히면 직업이 전문누리꾼인 신급이다. 3~4개면 최소 응팔세대인 ‘아재’급, 2개 이하면 인터넷 갓 개통한 유물급이란다.

[천자칼럼] "훅 간다"
최근에야 헬조선, 흙수저, 인구론 등 취업난 신조어를 겨우 깨친 어른들은 ‘대략난감’이다. 분명 한국말 같은데 독해 불능이다. 물론 기자도 ‘광탈(광속 탈락)’ 수준임을 미리 고백해 둔다. 혹시 아나. 얼짱, 공주병처럼 많이, 널리, 오래 쓰이면 국어사전에 오를지. 대통령도 통일이 ‘대박’이라고 하지 않았나.

외계어 같은 신조어의 범람을 모국어의 타락이라고 개탄하는 이들도 많다. 그래도 사라지지 않고 남을 것은 남는다. 시대의 거울로 이해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중장년층도 학창시절엔 어른들 모르는 은어만으로 대화가 가능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어제 조간신문마다 일제히 1면에 실은 사진이 눈길을 확 끈다. “정신 차리자. 한순간 훅 간다.” 새누리당의 당대표 회의실 배경판에 적힌 글귀다. 국민 쓴소리 공모에서 선정된 23가지 문구 중 하나다. 톡톡 튀는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이 네티즌에게 ‘궁물’한(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다. 그 밑에서 당 지도부가 살생부로 티격태격하니 고구마를 물 없이 먹은 듯 답답(‘고답’)하다.

쓴소리는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알바를 해도 니들처럼 하면 바로 짤린다”, “청년이 티슈도 아니고 왜 선거 때마다 쓰고 버리십니까” 등은 촌철살인이 느껴진다. ‘훅 간다’도 이미 8~9년 전부터 청소년들이 즐겨쓰던 유행어다. 새누리당의 4·13 운세 같다.

나머지 문제도 풀어보자. 국민은 새누리당 페이스북에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를 달아줬다. 그런데 친박·비박 싸우는 꼴을 보면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난희골혜’(이게 뭐야=일어로 나니고레) 소리가 절로 나온다. ‘ㅇㄱㄹㅇ’(이거 레알=진짜)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기)도 모르나 보다.

새누리당은 본래 멘탈이 ‘쿠크’(잘 부서지는 과자 쿠크다스)고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오렌지족이다. 언제쯤 ‘제곧내’(제목이 곧 내용)인 보수정당을 볼 수 있을까. 백보드에 적힌 쓴소리 하나 더! “니들 좋아서 지지하는 사람 적다. 야당이 하도 한심해서 도망온 거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