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전자 담긴 침, 일본서 분석하는 이유
제노플랜은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타액(침)을 분석해 비만과 체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전자 보유 여부를 알려준다. 이 회사는 고객의 침을 일본에 설립한 법인에 보내 분석하고 있다.

굳이 비싼 배송비를 들여가면서 검사체를 일본까지 보내는 이유가 궁금했다. 알고보니 생명윤리법 규제 때문이었다. 상업적 유전자 분석업체, 즉 ‘비의료기관’은 생명윤리법에 따라 직접 유전자 분석을 할 수 없고 의료기관에 의뢰해야만 가능하다.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일본의 자회사로 보내는 이유다.

생명윤리법은 지난해 12월 업계의 규제 완화 요구를 받아들여 일정 부분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허가하는 일부 항목에 한해 일반 기업도 직접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 요지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 업계는 법 개정을 반기면서도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분석을 허용한 건 아쉽다”는 의견이다. 홍경원 테라젠이텍스 수석연구원은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과학적 타당성이 입증된 분야이므로 빗장을 과감히 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유전자 분석 시장 규모는 2015년 138억달러에서 2018년 198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의료계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홍원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특정 유전자가 비만과 연관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유전자를 보유해도 반드시 비만이 되는 건 아니며 이런 연관성은 임상실험을 통해 더 연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업체가 결과에 대한 섣부른 해석이나 진단을 삼간다면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장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올해 창업 11년차인 미국의 ‘23앤드미’는 작년 개인 유전자 누적 분석 건수 100만건을 넘기며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 한때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며 자국민 대상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작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희귀 유전질환인 블룸증후군을 포함한 60여개 유전자·건강관리 항목에 대한 분석을 허가하자 영업을 재개했다. FDA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점진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국도 시작(규제 완화)은 늦었지만 발걸음을 재촉할 때다. 꽉 막힌 규제가 바이오 스타트업의 활로까지 가로막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