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 매리 딜런 미국 미용전문기업 울타뷰티 CEO…30년 경륜 '마케팅의 여왕'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 22%, 순이익 증가율 29%, 3년간 주가 69% 상승.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하는 정보기술(IT)업계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경영실적이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업종 가운데 하나인 미용업계에서 나온 기록이다. 미국의 미용제품 판매점이자 미용실 체인점인 울타뷰티는 지난 3년간 초고속으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울타뷰티의 질주를 놓고 ‘목이 뒤로 넘어갈 정도’라고 표현했다.

울타뷰티의 급성장에는 ‘마케팅의 여왕’으로 불리는 매리 딜런 최고경영자(CEO·54)의 역할이 컸다. 2013년 울타뷰티 CEO로 영입된 딜런은 30년 가까이 쌓아온 마케팅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2015 올해 최고 경영인’을 발표하면서 딜런 CEO를 8위에 올려놨다. 딜런은 어떻게 이른바 ‘전통산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할 수 있었을까.

마케팅 보조로 시작해 승승장구

딜런은 미국 중서부 일리노이 주(州)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은 좋지 못했다. 하지만 ‘악바리’ 딜런은 악전고투 끝에 시카고 일리노이대에서 마케팅을 전공할 수 있었다. 부모 형제를 비롯해 가족 중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은 딜런이 유일했다.

대학을 마친 뒤에는 주로 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직장생활도 1984년 식품회사 퀘이커의 앤트제미마시럽 판매부서에서 마케팅 보조로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홀섬앤드하티푸드, 스내플내추럴베버리지 등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일했다. 2004년에는 펩시콜라로 유명한 펩시코에 입사했다. 딜런은 펩시코가 인수한 퀘이커의 식품사업부문 사장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5년에는 맥도날드의 수석부사장과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맥도날드는 중국에 진출하면서 현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딜런은 음식의 제조과정을 공개하는 등 안전성을 강조하고 ‘정크푸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조치를 과감하게 추진했다. 딜런의 활약은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의 ‘세계를 움직인 올해의 여성 기업인 50인’ 선정으로 이어졌다.

CEO 취임 후 3년동안 주가 69% 올라

울타뷰티 입성의 마지막 단계는 미국 6위의 이동통신회사 US셀룰러였다. 딜런은 미국 26개주에서 61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US셀룰러에서 2010년 6월부터 3년간 CEO를 역임했다. 딜런은 US셀룰러를 통해 온라인 영업의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영업체계를 구축했고 온라인 판매채널도 강화했다. 이동통신 가입자에게 별도의 혜택을 주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통신업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딜런은 2013년 6월23일 울타뷰티의 CEO가 됐다. 당시 데니스 에크 임시 CEO는 딜런의 영입에 대해 “매리는 전략과 비전이 있고 풍부한 마케팅 경험을 갖췄다”며 “온라인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춰 울타뷰티를 다음 단계로 나가게 할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울타뷰티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2013년 22억2000만달러였던 울타뷰티의 매출은 지난해 32억4100만달러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억7300만달러에서 2억5700만달러로 급증했다. 취임 당시 주당 97.48달러였던 주가는 지난달 말 기준 165.19달러까지 치솟았다. 46개 주에서 576개를 갖고 있던 매장은 해마다 100개 이상 늘어 지금은 48개 주 860개로 증가했다. 딜런의 성과를 눈여겨본 글로벌 커피체인업체 스타벅스는 그를 이사회의 이사로 받아들였다. 스타벅스의 영입 이유도 울타뷰티와 같았다. “소비자에 대한 깊은 이해와 효율적인 경영전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실적으로 증명했다”는 것이었다.

울타뷰티의 원스톱 서비스 홍보에 집중

울타뷰티호의 선장이 된 딜런은 크게 세 가지에 집중했다. 울타뷰티 매장에 오면 500여개 브랜드, 2만여개 미용 상품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널리 알리는 것과 미용 전문가들로부터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온라인 매출 증대 방안도 모색했다.

딜런은 백화점에서 찾을 수 있는 고급 미용제품과 대형 할인점에서 판매하는 대중 상품, 그리고 전문가용 제품까지 모두 구비한 매장은 울타뷰티밖에 없다는 점을 홍보하는 데 주력했다. 광고 대상을 인쇄매체뿐만 아니라 온라인과 TV, 라디오 등으로 확대했다. 할인판매 행사를 줄이면서 마련한 돈을 홍보비로 대거 투입했다. 울타뷰티의 인지도가 70% 수준으로 경쟁업체보다 크게 떨어진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한 조치다.

울타뷰티에서 머리를 하고 손톱을 칠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다. 딜런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이 미국 쇼핑 환경을 급격히 바꿔놨지만 아마존이 파마를 해주는 드론을 생산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뷰티숍을 직접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거나 모공 속 피지를 없애주고 전문 피부관리를 해주는 서비스로 승부를 내자”고 독려했다. 딜런은 직원들의 미용 전문성을 높이는 한편, 매장을 낼 때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자동차로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라면 매출을 늘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뷰티숍 소비자를 늘리기 위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미용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단골손님을 우대하는 로열티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로열티 프로그램 회원은 1500만명에 이른다. 울타뷰티는 회원 정보를 바탕으로 좀 더 치밀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제품 판매를 위해 인디애나주 그린우드를 포함해 4개의 대형 배송센터를 세웠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한 판매채널도 확보했다.

딜런의 조치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지난해 뷰티숍 이용자가 전체 로열티 멤버십 회원의 7%에서 10%로 늘었고 매출도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온라인 사업은 50% 이상 성장했다. 딜런은 2019년까지 매장을 1200개로 늘리고 온라인 매출 비중을 현재 5%에서 10%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딜런은 자신의 승승장구 비결에는 가족, 엄밀히 말해서 남편의 전폭적인 지지가 밑바탕이 됐다고 고백했다. 딜런은 4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남편이 양육까지 책임지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