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규제완화] "기득권 벽에 막힌 '반쪽 규제 개혁'…청년 창업 열기 꺾는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 규제로 홍역 치르는 청년 창업가 2인의 하소연
'심야콜버스' 박병종, 기존 택시·버스업자만 허용
안전 내세워 전세버스 금지…신규 사업자 영업길 막혀
'모바일 중고차 거래' 박진우, 경매장 없다고 불법 규정
의견수렴 공청회도 안해…재허용한다지만 정상화 막막
'심야콜버스' 박병종, 기존 택시·버스업자만 허용
안전 내세워 전세버스 금지…신규 사업자 영업길 막혀
'모바일 중고차 거래' 박진우, 경매장 없다고 불법 규정
의견수렴 공청회도 안해…재허용한다지만 정상화 막막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신산업 성장을 방해하는 규제는 일단 물에 빠뜨린 뒤 살릴 것만 살려야 한다”고 강력히 주문했지만 현장에선 상당수 관료가 ‘눈속임 규제 개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승차 거부 없는 심야 콜버스를 선보인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30)와 모바일 중고차 거래 사이트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박진우 피알앤디컴퍼니 대표(26)는 정부의 허울뿐인 규제 완화로 사업 폐쇄 위기까지 몰린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창업가들이다. 이들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관료들이 기존 이익집단에 휘둘리기만 한다면 벤처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규제로 사업 존폐 위기
두 청년 창업가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각각 대중교통과 중고차 거래시장에서 신시장을 개척했다.
콜버스랩의 심야 콜버스는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 시간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이동하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면서 혁신적인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야 승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택시 회사들이 단속을 요구하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국토부는 심야 콜버스를 허용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택시·버스 면허를 가진 기존 업체만 참여할 수 있게 진입장벽을 쳤다. 전세버스를 빌려 운영하던 콜버스랩은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형식적으로는 심야 콜버스를 허용했지만 실제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봉쇄하는 규제를 신설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병종 대표는 “심야 콜버스 운영을 격렬히 반대해온 택시 업계에는 사업을 허용하고 정작 콜버스에 투입되던 전세버스는 배제하는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며 국토부 입법 예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토부의 당초 얘기와 달리 택시조합과의 협업을 위한 협상도 원활치 않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전세버스를 허용해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심야 콜버스에서 전세버스를 배제한 이유는 안전이다. 면허 사업자가 아니라 업체가 콜버스를 운행하면 안전 관리가 소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전세버스를 관제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을 이용해 운전자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게 관리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 생태계 고리 끊어야
모바일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도 지난 1월 갑자기 생긴 규제 때문에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해 말 오프라인 주차장과 경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자동차 경매 서비스를 처벌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순식간에 불법 업체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헤이딜러가 사업을 중단하자 국토부가 기존 경매업자들의 이권만 보호해 줬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박진우 대표는 “작년 말 월 중고차 거래 대수가 500여대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온라인 중고차 경매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았지만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의 절차 없이 법안을 확정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토부가 다시 법률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헤이딜러를 이용하던 딜러 상당수가 이탈하는 등 사업 차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 박진우 피알앤디컴퍼니 대표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학생으로 지난해 1월 피알앤디컴퍼니를 창업했다. 차를 팔 때 스마트폰으로 차량 사진 5장과 차량 정보를 올리면 중고차 딜러들이 제시한 견적을 비교해 가장 좋은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차 경매 플랫폼 ‘헤이딜러’를 운영 중이다.
■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했다. 지난해 8월 설립한 콜버스랩은 심야 시간에 스마트폰 앱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을 모아 버스로 목적지 근처에 내려주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승차 거부 없는 심야 콜버스를 선보인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30)와 모바일 중고차 거래 사이트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박진우 피알앤디컴퍼니 대표(26)는 정부의 허울뿐인 규제 완화로 사업 폐쇄 위기까지 몰린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창업가들이다. 이들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관료들이 기존 이익집단에 휘둘리기만 한다면 벤처 기업가 정신은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규제로 사업 존폐 위기
두 청년 창업가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해 각각 대중교통과 중고차 거래시장에서 신시장을 개척했다.
콜버스랩의 심야 콜버스는 대중교통이 끊긴 심야 시간에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모아 함께 이동하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 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하면서 혁신적인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야 승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택시 회사들이 단속을 요구하자 국토교통부는 최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국토부는 심야 콜버스를 허용하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택시·버스 면허를 가진 기존 업체만 참여할 수 있게 진입장벽을 쳤다. 전세버스를 빌려 운영하던 콜버스랩은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형식적으로는 심야 콜버스를 허용했지만 실제로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봉쇄하는 규제를 신설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박병종 대표는 “심야 콜버스 운영을 격렬히 반대해온 택시 업계에는 사업을 허용하고 정작 콜버스에 투입되던 전세버스는 배제하는 새로운 규제가 생겼다”며 국토부 입법 예고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토부의 당초 얘기와 달리 택시조합과의 협업을 위한 협상도 원활치 않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전세버스를 허용해야만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심야 콜버스에서 전세버스를 배제한 이유는 안전이다. 면허 사업자가 아니라 업체가 콜버스를 운행하면 안전 관리가 소홀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전세버스를 관제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 등을 이용해 운전자들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지 않게 관리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 생태계 고리 끊어야
모바일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헤이딜러를 운영하는 피알앤디컴퍼니도 지난 1월 갑자기 생긴 규제 때문에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지난해 말 오프라인 주차장과 경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자동차 경매 서비스를 처벌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순식간에 불법 업체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헤이딜러가 사업을 중단하자 국토부가 기존 경매업자들의 이권만 보호해 줬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박진우 대표는 “작년 말 월 중고차 거래 대수가 500여대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잠정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온라인 중고차 경매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았지만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등의 절차 없이 법안을 확정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국토부가 다시 법률을 개정하기로 하면서 최근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헤이딜러를 이용하던 딜러 상당수가 이탈하는 등 사업 차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 박진우 피알앤디컴퍼니 대표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학생으로 지난해 1월 피알앤디컴퍼니를 창업했다. 차를 팔 때 스마트폰으로 차량 사진 5장과 차량 정보를 올리면 중고차 딜러들이 제시한 견적을 비교해 가장 좋은 조건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차 경매 플랫폼 ‘헤이딜러’를 운영 중이다.
■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 한국경제신문사에 입사했다. 지난해 8월 설립한 콜버스랩은 심야 시간에 스마트폰 앱으로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승객들을 모아 버스로 목적지 근처에 내려주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