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회장 물러나는 박용만 "회장으로 하고 싶은 일 다했다"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한 박용만 회장(사진)은 “회장으로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다 했다”며 “일말의 후회도 없고, 후련하다”고 3일 말했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 이사회에 지난 2일 참석해 이 회사 이사회 의장과 그룹 회장 자리를 조카인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에게 넘기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소회를 밝혔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납세자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하고 싶은 일을 다 했고,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위한 준비도 지난해 끝내 좋은 마음으로 물러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는 건 수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일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놀랄 일이 전혀 아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일단락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소회를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몽따베르 지분 100%를 매각한 것을 필두로 구조조정 작업을 시작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부문은 MBK파트너스에 1조1308억원에 팔기로 합의했고, 방위산업 계열사인 두산DST 및 두산건설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부의 매각은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은 올 상반기에 대부분 마무리된다”며 “박용만 회장이 구조조정 작업을 일단락 지은 상황이라 박정원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후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은 지난 4년간의 재임기간 중 업적을 묻는 질문에 “스스로 평가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앞으로 형제간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