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원·달러 '순간 폭락'…달러에 투자 자제를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환시장 3일 만에 42원 급락
달러 인덱스도 97 내외로 떨어져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달러 인덱스도 97 내외로 떨어져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장중 한때 1245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거래일 기준으로 불과 3일 만에 1203원대로 되돌아왔다. 월간 변화율로 환산하면 20%가 넘는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순간 폭락)’ 현상이다. 달러 투자자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연초 예측기관과 금융회사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슈퍼 달러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했다. 지난달 15일 이후 급등세를 보이자 일부 증권사는 마치 슈퍼 달러화 시대가 오는 것처럼 착각해 달러 상품을 파는 데 열을 올렸다.
하지만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강세를 띠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금리인상 전후 ‘100’을 웃돌던 달러 인덱스가 ‘97’ 내외로 떨어졌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지난달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달러 강세’라기보다 ‘원화 약세’에 따른 것으로 언제든지 급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실질실효환율도 원화 가치가 ‘저평가(undershooting)’된 것으로 나온다.
작년 한국 경상수지 흑자는 110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7%를 넘어 주요 20개국(G20) 서울회담에서 우리가 주도해 만들어 놓은 ‘경상수지 4%룰’에 걸려 있다. 올해도 1000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황형 흑자’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원화 강세 요인을 갖고 있는 셈이다.
경상수지와 통화가치 간 괴리가 있는 여건에서 원·달러 환율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외국인은 한국 금융시장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어빙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동이론(m=rd-(re+e), m: 자금유입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에서 보면 한국에 투자할수록 환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 외환당국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용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작년 이후 14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속에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교역 상대국에 ‘환율 조작’의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만간 발효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BHC(베넷-해치-카퍼)법안의 첫 환율 조작국으로 한국이 지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대(對)미국 과다 흑자국 △한 방향으로의 외환시장 개입이 의심되는 국가는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환율 조작국으로 걸리면 슈퍼 301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
달러 상품을 판 증권사로서는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달러 상품을 판 증권사가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갔으면’ 하고 바라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 차원에서는 외자 이탈, 대외이미지 손상 등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다.
달러 투자자들도 ‘키코(KIKO)’ 사태와 같은 대규모 환차손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약세를 예상한 국내 금융회사가 키코 상품을 내다 팔아 수많은 기업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 ‘마진 콜(증거금 부족)’과 ‘디레버리지(위기국 이외 국가에 투자한 자산 회수)’를 모르거나 무시한 국내 금융회사의 대표적인 위기관리 실패 사례다.
슈퍼 달러 시대를 전제로 한 원·달러 환율 전망과 달러 투자 전략은 빗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리인상 이후 미국 경제 상황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작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로 보면 2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1분기 0.9%→2분기 3.9%→3분기 2%→4분기 1%)가 뚜렷하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분기 지표를 두 분기, 월별 지표는 3개월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 성장률보다 낮게 나오면 ‘정점론’, 높게 나오면 ‘소프트 패치’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논쟁 모두 미국 중앙은행(Fed)에는 부담되는 요인이다.
연초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던 위안화 평가절하도 오는 10월부터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위안화가 준비통화로 발효하면 평가절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 위안화 투기설을 제시하고 있으나 중국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가 넘는다. 헤지펀드의 주도력도 레버리지 규제(볼커 룰) 등으로 약화했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슈퍼 달러를 겨냥해 달러 사재기 열풍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풍이 불면 투자자는 반드시 덴다.”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연초 예측기관과 금융회사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슈퍼 달러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오른 것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했다. 지난달 15일 이후 급등세를 보이자 일부 증권사는 마치 슈퍼 달러화 시대가 오는 것처럼 착각해 달러 상품을 파는 데 열을 올렸다.
하지만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강세를 띠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금리인상 전후 ‘100’을 웃돌던 달러 인덱스가 ‘97’ 내외로 떨어졌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지난달 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달러 강세’라기보다 ‘원화 약세’에 따른 것으로 언제든지 급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실질실효환율도 원화 가치가 ‘저평가(undershooting)’된 것으로 나온다.
작년 한국 경상수지 흑자는 1100억달러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7%를 넘어 주요 20개국(G20) 서울회담에서 우리가 주도해 만들어 놓은 ‘경상수지 4%룰’에 걸려 있다. 올해도 1000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불황형 흑자’라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가장 확실한 원화 강세 요인을 갖고 있는 셈이다.
경상수지와 통화가치 간 괴리가 있는 여건에서 원·달러 환율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외국인은 한국 금융시장을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어빙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간 ‘자금이동이론(m=rd-(re+e), m: 자금유입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에서 보면 한국에 투자할수록 환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국 외환당국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를 용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 작년 이후 14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속에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면 교역 상대국에 ‘환율 조작’의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조만간 발효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BHC(베넷-해치-카퍼)법안의 첫 환율 조작국으로 한국이 지목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대(對)미국 과다 흑자국 △한 방향으로의 외환시장 개입이 의심되는 국가는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도록 돼 있다. 환율 조작국으로 걸리면 슈퍼 301조의 적용 대상이 된다.
달러 상품을 판 증권사로서는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달러 상품을 판 증권사가 ‘원·달러 환율이 더 올라갔으면’ 하고 바라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경제 차원에서는 외자 이탈, 대외이미지 손상 등 피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전형적인 ‘구성의 오류’다.
달러 투자자들도 ‘키코(KIKO)’ 사태와 같은 대규모 환차손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 약세를 예상한 국내 금융회사가 키코 상품을 내다 팔아 수많은 기업이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다. ‘마진 콜(증거금 부족)’과 ‘디레버리지(위기국 이외 국가에 투자한 자산 회수)’를 모르거나 무시한 국내 금융회사의 대표적인 위기관리 실패 사례다.
슈퍼 달러 시대를 전제로 한 원·달러 환율 전망과 달러 투자 전략은 빗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리인상 이후 미국 경제 상황은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작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로 보면 2분기를 정점으로 하락세(1분기 0.9%→2분기 3.9%→3분기 2%→4분기 1%)가 뚜렷하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분기 지표를 두 분기, 월별 지표는 3개월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올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 성장률보다 낮게 나오면 ‘정점론’, 높게 나오면 ‘소프트 패치’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논쟁 모두 미국 중앙은행(Fed)에는 부담되는 요인이다.
연초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던 위안화 평가절하도 오는 10월부터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 위안화가 준비통화로 발효하면 평가절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 위안화 투기설을 제시하고 있으나 중국 외환보유액은 3조달러가 넘는다. 헤지펀드의 주도력도 레버리지 규제(볼커 룰) 등으로 약화했다.
한국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 미국 금리인상 이후 슈퍼 달러를 겨냥해 달러 사재기 열풍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열풍이 불면 투자자는 반드시 덴다.” 중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