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조선산업은 세계적으로 불황이다. 조선기자재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산의 대표적 조선기자재업체 중 하나인 한라IMS는 2014년부터 고(高)성장에 들어갔다. 세계 레벨계측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리며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다. 김영구 한라IMS 대표(오른쪽)는 “전체 업황은 좋지 않지만 차별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부산의 조선 분야 인재와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 것도 성장 배경”이라고 말했다.

198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선박 레벨계측장비 전문업체다. 레벨계측장비는 평형수(선박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탱크에 넣었다가 빼는 바닷물)의 양을 측정한다. 1993년 처음으로 제품 국산화에 성공, 노르웨이 스웨덴 등 외국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내외 100여개 고객사를 확보했다.

한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주문이 줄면서 2013년 16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연구개발(R&D)에 80억여원을 투자하면서 기술력 향상에 주력했다. 이를 통해 원격밸브제어장비(평형수 장비의 밸브를 열고 닫는 장비), 선박평형수처리장비(평형수를 버리기 전에 정화하는 장비)를 추가로 개발했다.

2014년 영업이익 22억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42억원을 올려 9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346억원에서 이듬해 421억원으로 뛰었으며 지난해엔 470억원으로 증가했다.

김 대표는 “선박평형수처리장비를 모든 원양선박에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는 규정(UN 산하 국제해사기구)이 조만간 발효될 예정”이라며 “80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새롭게 열린다”고 말했다. 부산의 조선산업 인프라와 인재도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부산은 조선업계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신항만 등을 이용해 해외로도 손쉽게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대, 동아대, 한국해양대 등 많은 대학이 있어 150여명의 연구인력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산=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