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바라본 롯데몰 은평(가칭) 공사 현장.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에서 바라본 롯데몰 은평(가칭) 공사 현장.
[이소은 기자] 올해 초부터 서울 은평구에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월 신영 ‘지웰 테라스’를 필두로 2월에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녹번’이 모델하우스를 개관했으며 이달에도 GS건설 ‘은평스카이뷰자이’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연내 예정된 단지만 5개 단지, 총 4400여 가구에 달한다.

은평구는 서울 외곽 지역임에도 편의시설이 마땅치 않아 그동안 주택 시장에서 외면 받아왔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그렇다면 올해 분양하는 단지들은 어떤 성적을 낼까. 은평 뉴타운을 직접 찾아 분위기를 살폈다.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4번 출구로 나가니 등 뒤로 롯데몰이 공사 중이었다. 올해 말 개점을 앞둔 만큼 골조는 이미 다 올라간 상태였다. 롯데몰 부지 바로 옆 공터에도 펜스가 쳐졌다. 주상복합아파트 ‘은평스카이뷰자이’가 들어설 자리다. 벌써부터 주변을 지나는 예비고객에게 전단지와 물티슈를 배포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들러 시장 상황을 묻자 “점점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대의 집값이 마땅한 편의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형성된 수준인 만큼 인근에 대형 쇼핑몰이 줄줄이 들어서면 상승세를 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민란 은평공인 대표는 "은평 1지구 아파트의 경우, 한때 분양권 프리미엄이 1억5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였지만 교통 및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약점 때문에 시들해졌다”며 “인근에 대형쇼핑몰이 줄줄이 개점을 앞두면서 최근 이 지역이 재조명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에 들어서는 롯데몰 은평(가칭) 공사 현장.
서울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인근에 들어서는 롯데몰 은평(가칭) 공사 현장.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건 구파발역 바로 앞에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롯데몰이다. 3만3000㎡ 부지에 지하 2층~지상 9층 규모로 오는 12월 개관한다. 쇼핑몰, 대형마트, 영화관 등을 갖출 예정이다. 지하철 두 정거장 거리인 삼송역 인근에는 36만㎡ 규모의 교외형 복합쇼핑몰 신세계몰도 내년 개점한다.

이어 삼송역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원흥역 부근에 연면적 16만㎡의 글로벌 가구매장 이케아 2호점까지 내년에 문을 열면 파급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지난해 이케아 1호점 개점으로 경기도 광명 일대에 불었던 아파트 청약 돌풍이 이 지역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개발 호재의 영향으로 은평구 일대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꾸준히 상승했다. 중개업소에 따르면 은평뉴타운 1지구 전용 84㎡ 아파트 매매가는 5억2000만원 선에 실거래 되고 있다. 2008년 입주 당시 3억4000만원에서 지난해 1분기 4억7000만원 수준까지 꾸준히 오른 결과 1년 새 매매가가 10% 가량 상승한 셈이다.

편의시설 확충으로 지역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사들도 연내 아파트 분양 물량을 털어내는 모양새다. GS건설, 현대건설, 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공급 예정 물량은 총 5개 단지, 4478가구다.
GS건설이 서울지하철3호선 구파발역 일대에 짓는 '은평스카이뷰자이'가 들어설 자리. 뒤로는 롯데몰 은평(가칭)이 지어지고 있다.
GS건설이 서울지하철3호선 구파발역 일대에 짓는 '은평스카이뷰자이'가 들어설 자리. 뒤로는 롯데몰 은평(가칭)이 지어지고 있다.
앞서 분양한 단지들의 청약 성적을 보면 이 지역 시장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1월 말 부동산 개발회사 신영이 분양한 은평 지웰테라스는 청약에서 평균 5.2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했다. 계약률 90%로 조기 완판(완전판매)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 최근 서울지하철 3호선 녹번역 앞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녹번도 평균 11.7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로 전타입이 1순위 마감됐다.

개발 호재와 함께 실수요를 공략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중대형 공급이 많았던 은평뉴타운에서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중소형 면적 위주의 아파트를 공급해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얘기다. 은평구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뉴타운 일대에서 진행된 거래 중소형 면적 거래가 84%에 달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늘어난 게 원인이다. 이 지역 인구 중 0~9세 비율은 13%로 은평구 평균인 8%보다도 4%p 높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올해 공급 예정인 아파트들도 중소형 면적을 구성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녹번’은 전용 49㎡~84㎡로 이뤄진다. GS건설도 ‘은평스카이뷰자이’의 전가구 전용 84㎡로 이달 분양한다. 하반기에 분양할 단지들도 전용 36㎡, 49㎡의 틈새면적을 포함해 중소형 면적 중심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이사는 “대형 쇼핑몰 호재 등의 영향으로 최근 은평구 일대가 서울 강북권의 신(新)주거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인 만큼 분양 예정 단지들의 청약결과는 분양가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