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약 파는 이야기⑦]줄기세포치료제는 인삼(人蔘) 같은 거 아닌가요?
"줄기세포치료제는 인삼(人蔘) 같은 거 아닌가요?"

예전에 한 바이오벤처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들은 말이다. 어떤 물질로 질환을 치료하는지 모르겠고,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내는지 의문이란 것이다.

줄기세포치료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정 부분 맞는 말이라고 얘기한다. 화학약품처럼 특정 성분의 치료 효과가 명확히 밝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줄기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이 세포의 성장과 재생 등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질환을 치료한다는 점에서 구조(작용기전)가 밝혀진 것이라는 반론도 함께였다.

아직 규명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치료제로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박소라 인하대학교 교수는 "처음 아스피린을 발견했을 때 해열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떤 성분이 주효한 것인지는 몰랐다"며 "오랜기간 연구을 통해 그 성분을 알아낸 것이고, 현재의 줄기세포도 이것을 알아내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발기부전치료제로 1998년 발매된 비아그라도 2003년이 되서야 원자 수준에서의 작용기전이 규명됐다.

박 교수는 효과에 대한 의구심에 대해서는 "줄기세포치료제가 아닌 다른 신약도 효능이 50%를 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일반적인 신약들도 모든 사람이 아닌 50% 이하의 사람에서만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한다면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를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종류의 세포를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원시세포다. 상처에 새 살이 돋아나고, 손상된 뼈가 다시 채워지는 것은 바로 우리 몸 안에 줄기세포가 있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들이 고열이나 염증, 통증 등 증상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줄기세포치료제는 제 기능을 못하는 혈관 장기 뼈 등의 재생을 통해 완치를 목표한다.

때문에 현재 치료제가 없는 퇴행성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을 해결할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약으로 인정받아 시판되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는 6개에 불과하다.
출처-안트로젠 IR북
출처-안트로젠 IR북
한용만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많이 적용해봐야 하는데, 약이 많지 않은 것처럼 적용사례도 적다"며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히딩크 전 한국 국가대표축구팀 감독이 퇴행성 관절염을 치료한 것처럼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근거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 및 적용 사례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들은 나타나고 있다.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은 월평균 판매량이 2012년 28건에서 지난해 103건으로 증가하는 등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얻고 있다. 기존 줄기세포치료제의 짧은 사용기간(최대 48시간)을 극복하기 위해 차바이오텍안트로젠 등은 동결 보관이 가능한 제형을 개발 중이다. 대량생산 등 기술이 좀 더 발달한다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는 비싼 처방비용도 낮아질 것이다.

세계 인구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줄기세포에 대한 전향적인 결정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1월 의약품 허가가 없어도, 일정 자격만 있으면 줄기세포의 처방 및 시술이 가능한 재생의료법 시행에 들어갔다. 동시에 약사법을 개정해 안전성만 확보되면 줄기세포치료제를 의약품으로 허용키로 했다.

6개의 줄기세포치료제 중 4개를 상업화한 한국에서도 의약품 승인 이전이라도 허가받은 기관에서 줄기세포 시술을 허용하는 '첨단재생의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발의된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줄기세포치료제가 나온 이후 난치성 질환의 치료 가능성이 생겼고, 줄기세포치료제의 비밀들을 풀어가고 있는 현재의 과정은 우리에게 절대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