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설마 파산하겠어…" 증권사 '중국 부도보험' 파생상품 판매
보험회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가 중국 정부나 은행 채권의 원금을 보장해주고 보험료를 챙기는 구조의 파생상품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경기가 급격히 나빠질 위험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보험료가 충분히 올라 매력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8일 국내 신용평가회사에 따르면 국내 증권회사들은 지난달부터 중국 채권 관련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과 우량채권을 엮은 파생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CDS란 두 회사가 서로 특정 국가나 기업의 부도 위험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보장매도자는 계약 대상 채권이 부실해지면 보장매수자에게 보험금 성격의 채권 원금을 지급한다. 대신 보장매수자는 매년 보험료 성격의 ‘CDS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중국 국채 CDS 계약’을 포함하는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약 500억원어치를 각각 지난 2일과 지난달 26일 판매했다. 현대증권도 지난달 19일 ‘중국은행(BOC) CDS 계약’을 담은 상품 270억원어치를 팔았다. 신용평가를 받지 않는 파생결합증권(DLS) 등 다른 형태로 팔린 상품까지 포함하면 최근 한 달 새 2000억원 이상의 중국 CDS 관련 상품이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보장매도자 지위로 관련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 개발담당자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로 CDS 프리미엄이 지난해 9월 고점을 뚫고 오르면서 투자 수익률이 높아졌다”며 “500억원을 투자하면 연 2% 안팎의 이자를 주는 같은 금액의 우량 채권을 보유하는 동시에 덤으로 1%포인트 정도의 CDS 프리미엄까지 챙길 수 있어 우정사업본부와 보험사 등 ‘큰손’의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캐피털IQ에 따르면 중국 CDS 프리미엄은 지난 7일 1.38%포인트 수준으로, 올 들어서만 0.3%포인트 치솟았다. 한국의 0.60%포인트의 두 배를 웃돈다. 5년 만기 달러표시 중국 국채 1억달러어치를 보유한 투자자가 부도 위험을 회피(헤지)하고 싶으면 거래 상대방에게 연 138만달러를 지급(보장매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국내 기관투자가처럼 원금을 보장해주는(보장매도) 쪽은 매년 138만달러를 챙긴다.

중국이 부도를 내면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지만 이것이 현실화할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김예경 나이스신용평가 국제평가실 책임연구원은 “중국은 신속한 산업 구조조정과 은행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국가나 금융기관 부도를 걱정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며 “과거 외환위기를 맞은 아시아 국가와 비교할 정도도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