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부장검사는 약 20년 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첫발을 디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청사 내 유일한 여검사였기 때문이다. A부장검사는 “검찰청 내 모든 사람이 나에게 집중하고 일거수일투족이 다 관심거리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랬던 서울중앙지검에 현재 34명의 여검사가 있다. 지난 1월에는 남성의 영역으로 알려진 공안부에 박성민 검사(사법연수원 31기)가 부부장검사로 들어가 ‘여검사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하지만 여성 고위직이 아직 적고 일하는 부서가 제한되는 등 여검사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Law&Biz] 여 검사 15년간 20배 늘었지만…'유리천장' 여전
◆여검사 15년 새 20배로 ‘급증’

한국경제신문이 ‘여성의 날’(3월8일)을 맞아 법무부 통계를 살펴본 결과 전체 검사 2001명 가운데 여검사가 572명(28.6%)에 달했다. 2000년 여검사가 29명(2.4%)에 그친 것에 비하면 15년 사이에 20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2011년 411명이던 여검사는 2014년 530명으로 처음 500명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559명이 됐다.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자와 사법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이 4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여검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검사 3명 중 1명이 여성인 시대가 곧 오는 것이다.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을 지낸 김진숙 법무연수원 연구위원(22기)은 “여검사의 섬세하고 꼼꼼한 리더십으로 검찰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며 “피의자를 수사할 때 남자 검사에 비해 덜 권위적인 것은 물론이고, 성범죄 수사에서 여성의 입장을 잘 이해하다 보니 피해자의 불만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검사장 이상 고위직 1명뿐

검찰 내 고위직에 여성이 적은 점은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검사장급 이상 가운데 여성은 조희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장(19기)이 유일하다. 부부장검사 이상 약 500명 중에서 여성은 38명에 불과하다. 과거 여성 임용자 수 자체가 적어 현재 고위직으로 승진한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배치받는 부서도 제한적이다. 서울중앙지검의 인지수사 부서에서 일하는 검사 34명 중 여성은 6명에 그쳤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수부나 공안부처럼 검찰이 직접 단서를 찾아 수사하는 인지수사 부서에서는 여성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며 “남성 중심의 팀워크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B여검사는 “인지수사 부서는 야근이 잦고 체력도 많이 필요해 여성 스스로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고 설명했다.

◆양성평등 교육 강화…제도 지원 필요

검찰은 올해 검사와 일반직 검찰 공무원 1190명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참석자들은 성별 고정관념의 문제점과 남녀 간 의사소통 방식의 차이 등을 배운다. 법무연수원도 최근에는 관련 강의를 꼭 편성한다.

육아를 위한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 전국 23개 고검 및 지검을 살펴본 결과 서울고검, 부산고검, 광주고검,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청주지검, 부산지검, 광주지검 등 8곳을 제외하고는 어린이집이 없었다. 여검사도 다른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가정과 직장 사이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여검사가 출산이나 양육 문제로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