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업 생존, 구조개혁·M&A에 달렸다
중국의 해외기업사냥은 올해에만 벌써 80여건, 700억달러어치를 넘어섰다. 하이얼은 GE의 가전을, 완다그룹은 레전더리 픽처스를, 중국화공은 신젠타를 삼켰다. 규모는 작지만 한국 기업 인수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동양생명보험을 인수했다. 혁신이 기업의 생존전략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상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기보다 아예 세계 최고의 기업을 사들여 단숨에 세계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해외 인수합병(M&A) 승인 한도를 거래액 기준 1억달러에서 10억달러 이상으로 10배나 상향 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대외경제 여건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구조개혁 성과를 가시화할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은 좀처럼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가 불안하고 경기 불확실성이 점차 확대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가 망설여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이지 않을까?

특히 법무부는 작년에 기업에 관한 기본법인 상법 회사편의 기업재편부분을 대폭 개정해 포괄적인 삼각기업재편제도와 간이영업양도·양수·임대제도를 선제 도입했고, 지난 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삼각기업재편제도는 정삼각합병, 역삼각합병, 삼각주식교환, 삼각분할합병을 포함한다. 이 제도는 다음 세 가지의 매우 중요한 장점이 있다.

첫째, 회사가 인수대상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별도로 주식을 발행할 필요 없이 이미 취득한 그 모회사의 주식을 합병 대가로 인수대상기업의 주주에게 교부할 수 있다. 현재는 자회사가 모회사의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그런데 삼각기업재편을 할 때는 자회사가 모회사의 주식을 예외적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수대상기업의 주주는 합병 후 모회사의 주주가 된다.

둘째, 자회사가 합병을 주도하므로 모회사의 합병주주총회를 거칠 필요가 없다. 본래 합병을 하려면 소규모 합병이나 간이합병이 아닌 한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상장회사는 결의요건이 까다롭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많아서 특별결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셋째,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보통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회사에 대해 그 주주가 소유한 주식을 회사가 되살 것을 요구(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할 수 있다. 반대주주가 합병을 주식처분의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아서 주식매수청구권 때문에 합병이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삼각기업재편제도는 자회사가 모회사의 주식을 취득해 교부하는 것이고 모회사는 달리 관여하지 않으며, 그 자회사도 대부분 모회사가 주식을 100% 소유하는 특수목적법인(SPC) 형태이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이 발생할 여지가 없다. 삼각주식교환 후 합병하는 역삼각합병을 이용하면 특허권 등을 양도할 수 없어서 인수할 수 없던 인수대상회사를 쉽게 100% 자회사로 둘 수 있다. 삼각합병절차가 끝난 뒤에는 그 자회사를 모회사가 합병할 수도 있고 그대로 둘 수도 있다. 합병할 때는 모회사가 이미 9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의 결의로 간단히 합병(간이합병)할 수 있게 된다.

기업활력제고법의 통과에 이어 개정상법상 삼각기업재편제도와 간이영업양도·양수·임대제도 및 회사분할제도를 활용해 적극적인 M&A로 기업이 활력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최준선 <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sskku@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