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자재 시장의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에나 과잉공급 상태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서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원유를 비롯해 철광석, 비철금속 가격이 지난달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가격 하락 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과 단기 랠리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등하는 원자재 가격] "중국 인프라 투자 늘릴 것"…원유·철광석·구리값 급등
◆국제 유가, 수급조정 앞당겨지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 원유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내년에 가서야 균형을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하루 평균 생산량이 9610만배럴로 지난해보다 50만배럴 늘면서, 원유 공급이 수요를 100만배럴가량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EIA는 올해 말쯤 돼야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에 도달하고, 원유 수요가 올해보다 150만배럴 늘어 격차가 20만배럴로 좁혀지는 내년에 50달러대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국가 간 공조로 산유량 동결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공급과잉이 빠르게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가 1월 생산량을 기준으로 증산에 나서지 않기로 한데 이어 중남미 산유국들도 이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연초 유가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들이 최근 상승으로 포지션을 바꿔 투자를 늘리고,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유시추설비 수가 200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400개 밑으로 떨어지면서 감산 징후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에너지컨설팅 회사인 우드맥킨지 관계자를 인용, “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해 덜 비관적이 되고 있다”며 중국의 경착륙 위험이 사라지면서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유가 상승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역대 최고 수준인 재고 부담이 여전한 데다 최근 유가 강세는 달러화 약세 전망에 따른 것으로 수요 회복과 무관하기 때문에 추세적인 상승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월가의 한 전문가도 “중국의 원유 수입 증가는 물량 확보가 목적이며, 실수요가 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 접근하면 손익분기점을 회복한 미국의 셰일업계가 생산량을 늘리면서 가격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한 투자분석가는 FT에 “원유 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다”며 “유가가 오르더라도 일직선을 그리며 수직상승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 원자재 가격 전망도 엇갈려

철광석 구리 아연 등 다른 주요 원자재 가격도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철광석을 비롯한 산업용 금속은 그동안 전 세계 수요의 4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하강곡선을 그려왔다. 최근 가격이 급등세로 돌아선 것은 중국 정부가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시장 예상보다 높은 6.5~7%로 제시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철도 도로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면 산업용 금속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원자재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급등했다. 호주의 광산업체 포르테스큐메털은 지난 7일 주가가 25% 뛰었고, BHP빌리턴과 리오틴토 주가도 각각 3.5%, 5.0% 올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산업용 금속 가격 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철광석에 대한 중국 내 수요가 기대 이상이라는 증거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철광석 수입은 지난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하는 호조를 보였지만 이 기간 중국 철강업계의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7.8% 감소했다. WSJ는 “최근 중국 내 철강 수요가 견조한 것은 가격이 쌀 때를 이용해 재고를 비축해 두려는 기업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실제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철광석을 비롯한 금속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이심기/베이징=김동윤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