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5’에서 게임 애호가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부산시 제공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5’에서 게임 애호가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부산시 제공
2011년 부산 구포동의 작은 사무실에서 직원 세 명으로 창업한 게임업체 트리노드는 지난해까지 4년간 누적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 직원도 70명으로 늘었다.

트리노드의 포코팡 캐릭터
트리노드의 포코팡 캐릭터
이 회사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포코팡이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일본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결과다. 부산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인 김준수 대표가 엔씨소프트 서울 본사에서 근무하다 사표를 내고 돌아왔을 때 그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트리노드는 그러나 ‘포코팡 열풍’을 동남아시아로 이어가며 세계 다운로드 5500만건을 넘어섰다. 구글 플레이의 글로벌 매출 순위에서는 3위까지 올랐다.

2년 전 해운대 센텀시티의 대형 사무실(1487㎡)로 옮긴 트리노드는 최근 일본 도쿄에 지사를 설립했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일부 지방 기업과 달리 이 회사 직원의 절반가량은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 출신이다. 부산이 문화·관광·제조업이 융합된 살기 좋은 도시로 인식되면서 인재 영입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부산 게임업체 24개→82개…연매출 7년 새 12배 늘어
부산지역 게임·영상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이어지고 있다. 트리노드 외에도 게임데이, 파크ESM 등이 아시아에 이어 북미와 남미까지 진출해 ‘게임 한류’를 이끌고 있다.

2006년 부산에서 문을 연 게임데이는 모바일 게임 ‘방탈출’ 시리즈로 애플 앱스토어 기준 미국 내 게임순위 2위, 중국 내 게임순위 1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온라인 게임업체인 파크ESM의 1인칭 총싸움 게임(FPS) ‘오퍼레이션7’은 중남미 지역 등 75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부산에 자리 잡은 게임업체는 2008년 24개에서 2015년 82개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간 매출 총액은 93억원에서 1200억여원으로 늘어났다.

게임업체뿐만이 아니다. 영화 ‘올드보이’ ‘설국열차’ ‘암살’ ‘대호’ 등 국내 주요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특수효과(VFX)를 담당한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이하 포스)는 2014년 서울 강남에 있던 본사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로 옮겼다. 포스는 부산시가 시비와 국비 232억원을 들여 지은 국내 최대 영상 후반작업시설을 보유한 에이지웍스의 지분 88%를 인수했다. 여기서 작업한 영화 ‘대호’는 실감나는 호랑이 CG로 국내 특수효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작업 중인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외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 후반 작업도 준비 중이다. 중국 제작사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부산에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던 배경으로 △뛰어난 자연 경관을 바탕으로 한 사업하기 좋은 도시 △부산시의 정책 및 자금 지원 △게임·영화 등 콘텐츠산업 인프라 등을 꼽았다.

이전형 포스 대표는 “부산은 ‘바다를 끼고 있는 영화의 도시’라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국내에서 영업하려면 서울에 있는 게 좋지만 중국·미국 등 해외로 진출하려면 서울보다 부산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권동혁 게임데이 대표도 “모바일 게임은 오픈마켓을 통해 세계 어디든 서비스가 가능하고, 어느 곳에서든 개발할 수 있다”며 “정보기술(IT) 기업이 모여 있는 센텀시티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부산시의 지원도 많은 편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2018년까지 게임업계 1000억원 지원, 일자리 1000개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스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지역의 게임·영상 기업을 선정해 지원금을 주고, 사무실도 제공한다. 트리노드, 게임데이, 파크ESM 모두 8000만~1억원씩의 지원금을 종잣돈 삼아 성장했다. 기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돕는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스타 기간뿐 아니라 일본·중국·독일에서 열리는 게임쇼에서 전시 부스 설치, 홍보물 제작, 항공료 지원 등을 통해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도시로서의 집적 효과도 상당하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 아시아 최초의 버추얼스튜디오인 부산3D프로덕션센터, 국내 최대 영상 후반작업 시설 등이 부산에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등 영상 관련 공공기관 세 곳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했다. 이 대표는 “부산은 서울 충무로만큼이나 영상 관련 정보가 많은 곳”이라며 “영상 및 디자인 관련 학과를 개설한 학교가 많아 인재를 유치하기 쉬운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