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외면하는 변호사·회계사 늘어
변호사, 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 가운데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하지 않아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사업자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결제가 확산되고 있는 현실에 역행하는 것이다. 카드 결제를 원천적으로 거부하고 현금만 받음으로써 소득을 숨기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제세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전문직 종사자의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전문직 사업자 10만2684명 중 신용카드 가맹점에 가입한 사업자는 8만8721명(86.4%)이었다. 2014년(87.3%)에 비해 0.9%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집계 대상인 고소득 전문직은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건축사 변리사 법무사 감정평가사 의료업자 등으로 대다수 업종에서 가입률이 하락했다.

가입률이 가장 낮은 직업군은 건축사로 지난해 32.1%에 그쳐 전년보다 11.5%포인트 내려갔다. 2010년 52.9%를 기록한 뒤 5년 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감정평가사는 32.7%로 전년보다 3.2%포인트 떨어졌다. 건축사와 감정평가사는 사업자와의 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신용카드 가입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변리사(66.6%)와 회계사(68.1%)는 1년 전과 비교해 가입률이 각각 5%포인트, 5.5%포인트 낮아졌다. 2013년 74.3%였던 회계사 신용카드 가맹점 가입률은 2년 연속 하락했다. 세무사는 2014년보다 4%포인트 떨어진 73.5%, 변호사는 3.7%포인트 떨어진 79.1%였다. 법무사는 82.4%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의료업자(97.4%)는 전문직 가운데 유일하게 1년 전보다 가입률이 0.1%포인트 상승했다.

현행 세법은 신용카드가맹점 업종과 규모에 따라 납세관리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신용카드가맹점에 가입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현금영수증 발급만 의무화했을 뿐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사업자단체 등을 통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의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가입하지 않는 이들에 대해서는 세금 탈루 등의 감시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