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 핵탄두 모형’을 9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 핵탄두 모형’을 9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KN-08’에 탑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 모형을 9일 공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우리 군은 북한이 아직 ICBM 실전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는 이날 김정은이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며 둥근 형태의 탄두 모형 앞에서 과학자, 기술자와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핵탄(두)의 경량화(소형화), 표준화에 성공했다”며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핵으로 덮치려 들 때는 주저없이 핵으로 먼저 냅다 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정은이 성공했다고 공언한 ‘탄두 소형화’ 기술은 로켓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마찰열을 견디는 기술과 함께 장거리 로켓이 실제 ICBM으로 활용될 수 있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사진에는 작년 10월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KN-08 미사일 4~5기도 나타났다. KN-08은 사거리가 최대 1만2000㎞에 달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 김정은이 직접 탄두 소형화를 선전한 것은 ICBM인 KN-08 개발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핵탄두 앞에서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점에서 공 모양의 물체는 실물이 아닌 모형일 가능성이 높다고 군당국은 평가했다.

국방부는 김정은의 이 같은 위협에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정면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탄두 소형화 기술에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ICBM 탑재용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인 노동 1호(1300㎞)에 실을 수 있는 탄두 중량은 700㎏급이고, 대포동 1호(2500㎞)는 50~100㎏으로 추정된다. 광명성 2호나 3호(3000㎞ 이상)는 100~200㎏ 전후로 평가돼 ICBM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최소 1t 이하로 중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아직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와 KN-08의 실전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이 문제를 정밀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했다.

최승욱 선임기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