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술의 혁신과 사람의 역할
제조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인터넷 발달과 신재생에너지 등장을 바탕으로 이뤄낸 ‘3차 산업혁명’을 넘어 기술의 융합으로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 올초 다보스포럼에서 주목받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의 미래형 기술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성공적으로 시연됐다.

‘스마트공장’은 제조업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조 전반의 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지능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각국에선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공장 도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2010년부터 ‘인더스트리 4.0’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미국도 ‘첨단 제조 파트너십’을 통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중국제조 2025’와 ‘일본재흥전략’을 내세웠다.

한국도 2014년부터 ‘제조업 혁신 3.0 전략’을 수립했다. 실제로 시범사업을 통해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277개 기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매출과 생산성이 각각 평균 16%, 30% 향상됐고 이에 따른 비용은 약 27%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진정한 스마트공장은 인력 혁신이 동반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제아무리 지능화된 기술과 최첨단 시설일지라도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현실화하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회사인 볼보건설기계 창원공장도 첨단기술개발센터를 갖추고 기술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생산라인의 저변에 ‘팩토리 마스터’라는 이름의 정보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왔다. 우리 공장 역시 혁신의 중심엔 사람이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추고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직원들이 꾸준히 참여해왔다. 매년 5000건 이상의 안전 개선 사례가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창원공장은 과거 1400일이 넘는 무사고를 기록했으며, 창원공장의 생산방식은 볼보그룹 내에서 최우수 사례로 인정받았다.

단순히 기술에만 의존해 수동적이고 물리적인 변화만 이룬다면 언젠간 기술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전문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하는 사람의 성장이 동반될 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석위수 < 볼보그룹코리아 사장 wisoo.suk@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