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원자력클러스터 사업, 원전 발전의 도약대
지난해 12월 원자력문화재단이 발표한 원자력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다’는 답변이 85.1%에 달했다. 원자력 발전 선진국인 미국의 원자력협회가 같은 해 조사한 결과인 68.0%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한 찬성률은 33.7%로 62.0%인 미국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원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추가 원전 건설에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원전 운영 관련 안전성이나 전문성, 청렴성의 문제가 국민에게 역설적인 인식을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을 바라보는 국민의 이중적 시각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은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의 원자력 의존도는 전력생산의 30%에 달하지만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면 문제에 접근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논의의 초점을 원자력 발전의 존폐가 아니라 안전성·전문성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원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사회가 요구하는 전력 수요를 가장 안전하고 저렴하게, 최소의 갈등적 환경에서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을 포함한 원자력산업의 안전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자력 연구, 산업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인력을 키우기 위한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미국은 일찍부터 지역에 기반하는 원자력 클러스터를 구축해서 연구와 산업을 연계하고 지역발전까지 이끌어 내고 있다. 테네시 지역의 테네시 밸리 코리도(TVC), 캐롤라이나 지역의 원자력 클러스터 등이 좋은 사례다. 이 지역에는 원자력과 관련된 공공기관, 민간기업, 교육기관 등이 모여 있어 학술과 산업활동 융합이 가능하고 결과적으로 고용, 관광, 생활환경의 개선 등 간접 생산유발효과까지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롤라이나의 원자력 클러스터 지역에서 연간 26조4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는 통계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도 원자력 클러스터사업을 지역의 미래 핵심산업으로 키우는 경우가 있다. 그 사례로 경상북도를 들 수 있는데, 201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동해안원자력클러스터사업은 원자력에 대한 연구, 산업, 교육, 안전문화가 어우러진 원자력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경주, 포항, 영덕, 울진을 비롯해 동해안 일대에 원자력 관련 기관을 집중 유치, 원자력 관련 전문체계를 클러스터 형태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경상북도에는 가장 많은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원자력환경공단과 같은 폐기물 처리시설까지 갖춘 지리적 기반, 한국수력원자력과 같은 주요 원자력 기관 본사가 위치한 행정적 장점, 원자력전문대학원이 설립된 포스텍 같은 연구인력의 강점이 고루 갖춰져 있다.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의 성공을 예감할 수 있다는 평가다.

경상북도 같은 지자체의 노력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우선, 지속될 수밖에 없는 원전 운용을 위해 기술개발과 전문 인력의 확충이 필요한데 이런 산업 기반을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클러스터 사업의 진전은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지역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동해안원자력클러스터와 같은 국책사업의 수행은 지역 산업을 활성화시켜 인력유출을 막고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우리 사회 갈등의 중심에 있던 원자력이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이 믿고 지지하게 된다면 동해안원자력클러스터 사업은 상생의 아이콘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목진휴 < 국민대 교수·행정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