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당들의 ‘유권자 매수작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또다시 달콤한 포퓰리즘 공약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이다. 어제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노인 70%에게 기초연금을 월 30만원씩 일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전형적인 사례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국민연금에서 최대 100조원을 동원해 임대주택 건설 등에 쓰겠다고 밝혔던 복지공약에 이은 2탄 격이다.

월 10만~20만원인 기초연금을 확대하면 첫 해(2018년)에만 6조4000억원이 더 들어간다는 점을 더민주도 인정은 한다. 하지만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재원대책은 없다. 일단 도입하면 매년 눈덩이처럼 커질 재원부담부터가 문제지만, 이런 식으론 노인 빈곤이 개선되기 어렵다. 곧바로 40만원, 50만원으로 올리자는 소리나 나올 게 뻔하다. OECD까지 “효과 없는 정책이니 대상자를 대폭 줄이고 차라리 지급액을 늘리라”고 권고하는 판이다. 페이고(pay-go)원칙은 언급할 계제도 못된다. 복지는 꼭 필요한 계층을 향한 선택적 복지여야 한다. 그러면서 성장을 가로막지 않을 정도여야 한다. 그런데도 무상 시리즈와 무차별 복지 공약은 끝이 없다.

우리는 국민 대다수의 노후가 달린 국민연금을 너무나도 쉽게 동원하려는 무책임과 부당성을 누차 지적했다. 이제는 기초연금 인상 공약의 오류와 허구성까지 지적해야 하는 판이다. 근본 문제는 1960~70년대의 ‘고무신 매수’마냥 ‘복지 뇌물’로 표를 사겠다는 한없이 가볍고 무책임한 정치다. 안보 위기에 경제 성장기반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국가적 비전을 확립하는 공당(公黨)도, 이를 실천하는 정치리더십도 없다. 단호하게 허리띠를 죄자는 수범은커녕, 의타심을 부추기고 연약한 국민으로 유도하는 선동 정치뿐이다.

국부의 축적은 땀과 노력으로 한 단계씩 현실에 맞게 다져나가야 한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정치란 무릇 원칙과 철학에 입각한 가치와 신념의 세일즈다. 선거 때마다 퍼주기 경쟁에나 몰두한다면 정녕 국가 비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