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변형 그립'
WGC캐딜락챔피언십에서 ‘노장’의 존재감을 확인시킨 필 미켈슨(미국)은 한술 더 떴다. 집게 그립과 일반 그립을 오가는 ‘스위칭 그립’을 WGC대회에서 처음 선보인 것이다. 스위칭 그립은 긴 거리 퍼팅은 일반 퍼팅으로 하고, 짧은 거리 퍼팅은 집게 그립으로 바꾸는 혼용 방식을 말한다. 리디아 고(19)가 즐겨 쓰는 방식이다. 일종의 변형그립인 두 그립은 모두 손목을 억제해 방향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쇼트 퍼팅이 강점이다. 반면 손목 사용이 제한돼 긴 거리 퍼팅에선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로들도 사용하는 이가 손꼽을 정도로 소수파 그립으로 분류돼 온 배경이다. 오랜 ‘집게 그립파’인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나 대니 리(미국)가 우승할 때 반짝 관심을 모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다만 역그립은 박인비(28·KB금융그룹)와 리디아 고 등 여자프로골프 세계랭킹 최강자들에 이어 ‘차세대 골프황제’ 조던 스피스(미국)도 사용하면서 소수파 지위를 조금씩 벗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립 변경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린 경사를 읽는 능력과 스트로크 기본기가 잘 갖춰진 프로들은 적응이 빠른 편이지만, 아마추어들에겐 오히려 혼란 기간이 더 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중수 KPGA 프로는 “사람마다 안정감을 느끼는 퍼터와 퍼팅 방식이 다 다르다”며 “최악의 퍼팅 부진이 아니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그립을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존 그립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게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프로들도 퍼터와 그립 방식을 자주 바꾼다. 하지만 실험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최나연(29·SK텔레콤)과 안신애(26·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도 한때 분위기 전환을 위해 역그립으로 바꿨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 그립을 쓴다. 흐트러진 감각을 되찾기 위해 눈을 감고 퍼팅을 하거나, 한 손 퍼팅을 연습하듯 분위기 전환용으로 사용한 셈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