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촌 '개포동 시대' 열린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시대가 열린다. 5층 높이의 노후 아파트가 밀집한 이곳이 재건축을 통해 1만5000여가구 규모의 고급 주거단지로 탈바꿈한다. 양재천 구룡산 등이 둘러싸고 있어 친환경적인 데다 대치동 학원가가 가까워 신흥 부촌이 될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압구정동(1990년대), 대치·도곡동(2000년대), 반포동(2010년대)으로 이어져온 강남 부촌의 흐름이 개포동으로 옮겨 갈 것이란 분석이다.
강남 부촌 '개포동 시대' 열린다
○쾌적한 주거환경·명문학군

서울 개포·일원·대치동 일대 853만4908㎡에 걸쳐 있는 개포지구는 국내 최초의 택지개발지구로 개발됐다.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난이 심화되자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개발 예정부지의 땅을 모두 사들인 뒤 기반공사를 마치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 개발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1980년대 초반에 지어진 개포지구 아파트는 노후화가 심해지자 2000년대 들어 재건축에 들어갔다. 2011년 강남구도 개포지구단위계획을 통해 개포동 일대를 아파트 32개 단지(4만1000여가구)가 들어서는 주거지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대규모 택지개발방식이 처음 적용된 지역답게 개포동 일대는 강남권에서는 찾기 힘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포지구 북쪽으론 양재천과 탄천이 흐른다. 지구 남쪽에는 구룡산과 대모산이 있어 자연친화적인 주거 여건을 갖췄다. 우수한 교육 여건 또한 개포동 일대 집값을 떠받쳐온 요인이다. 개원·개일초, 개포·구룡중, 개포고, 경기여고 등 약 20개의 초·중·고가 밀집해 있다. 구룡역~개포동역~대모산입구역으로 이어지는 수도권 지하철 분당선 라인이 개포지구를 관통해 교통 환경이 좋다. 올 하반기 개통 예정인 고속철도(KTX) 수서역도 가깝다.
강남 부촌 '개포동 시대' 열린다
○이달 일반분양 ‘스타트’

양재대로 인근에 지어진 개포지구 내 저층 아파트들에선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개포주공 1·2·3·4단지, 개포시영 일원현대 일원 대우 등 저층 단지들이 선도하고 있다. 그 뒤를 개포주공 5·6·7, 개포한신, 개포우성 1·2차, 선경, 미도, 개포상록 8단지(공무원아파트) 등 중층 단지들이 잇는다.

재건축 속도가 빠른 저층 단지의 일반분양은 이달부터 시작된다. 삼성물산은 이달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를 선보이며 개포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 중 가장 먼저 분양을 시작한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23개 동 1957가구(전용면적 49~182㎡) 규모다. 이 중 전용 49~126㎡ 396가구를 일반에 분양한다. 실내 수영장 등 최고급 주민복지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오는 6월에는 개포지구 내 일원 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루체하임’ 아파트가 나온다. 전체 850가구 중 전용 59~116㎡ 335가구를 일반분양한다.

현대건설도 개포주공 3단지를 ‘개포주공3 디에이치’로 새로 짓는다. 오는 8월께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인 이 단지는 현대건설의 고급 아파트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를 처음 적용하는 단지다. 서울 반포동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반포 자이’, 삼성동 ‘삼성동 아이파크’ 사례처럼 이 단지를 개포동 일대 랜드마크로 지어 디에이치 브랜드를 뚜렷하게 각인시킨다는 게 현대건설 목표다.

삼성물산은 내년께 개포시영 재건축 단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모두 2294가구 가운데 204가구가 일반분양분으로 계획돼 있다. GS건설도 올해 안에 개포주공 4단지 입주민의 이주를 완료하고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3256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개포주공 1단지도 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6642가구 규모의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8월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했다.

김능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메이저 건설사들이 브랜드 인지도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포동에서 초고급 아파트 건설 경쟁을 하고 있다”며 “입지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조경 및 주민복지시설 등을 최고 수준으로 건설할 예정이어서 개포동이 반포동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