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핵화-평화협정 병행 공식제안 아냐…미국은 병행결정 내린 적 없다"
"미국, 북한 뺀 5자회담에 분명히 열려있어…중국이 동의했는지는 미지수"


성김 美특별대표 "비핵화가 최우선…중국과 비밀거래 없다"
성김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8일(현지시간) 중국이 비핵화-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제안한 데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우리의 입장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한국이 모르는 중국과의 비밀거래는 없다(no secret dealing)"고 밝혔다.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은 김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우리의 '넘버 원' 정책 목표"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정부가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자고 제안한 이후 미국 정부의 정확한 입장이 무엇인지를 놓고 혼선이 빚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비핵화 우선' 입장을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김 대표는 중국의 '병행' 제안에 대해 "중국이 낸 아이디어를 공식 제안으로 보기는에는 조심스럽다"며 "실제적이고 진지한 안(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이 말하는 것은 (6자회담 내) 5자가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북한은 평화협정 논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두 가지를 동시에 해보자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우리는 중국의 주장이 공식 제안이건 아니건 간에 비핵화와 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하자는 결정을 내린 적이 분명히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제안을 놓고는) 한국 정부의 당국자들과 매우 긴밀히 소통하고 조율하고 있으며, 모든 측면에서 뜻을 같이하고 있다"며 "한국이 모르는 중국과의 비밀 거래는 없다"고 거듭 밝혔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회담의 형식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제하고 "만일 북한이 비핵화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있다면 그때 가서 회담의 형식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전에는 의미가 없다"며 "비핵화라는 본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중국이 6자회담 밖에서 평화협정 논의의 장을 구상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중국이 공식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히면서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으며 6자회담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혀, 6자회담 내에서의 병행 논의를 상정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북한을 뺀 5자회담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우리도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대화라면 5자회담에도 분명히 열려있다"며 "그러나 중국이 실제로 북한을 뺀 5자가 모이는 회담에 동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을 뺀) 5자회담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과거에도 시도한 바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이떤 수준의 5자회담이건 간에 매우 조심스러워 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현재 미국 정부가 독자제재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하고 "의회를 통과한 대북 제재 강화법을 충실히 이행하고, 동시에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에 담긴 제재 조치들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 은행, 개인들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미국의 독자제재에 포함되는지에는 즉답을 피한 채 "우리는 대북 제재 강화법에 담긴 조항들을 충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북한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 기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추측하고 싶지 않으며 우리는 북한에 도발을 삼가라고 촉구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일으킬 경우 더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며, 솔직히 외교로 돌아갈 수 있는 건설적 경로를 찾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비공식 외교창구인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 당국자들과 접촉했는지를 묻자 "지난 1월6일 4차 핵실험과 2월7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직후 심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달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와 관련해 "북한 핵문제가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며 "특히 회의기간 한·미·일 3자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말 미국의 독자제재안이 발표된 뒤 곧이어 동북아 지역을 순방할 예정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노효동 장재순 특파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