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국내 게임회사로는 넥슨에 이어 두 번째로 매출 1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국내 대표 게임회사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도 아직 넘지 못한 벽이다. 2011년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 사령탑에 복귀한 지 단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이제 넷마블게임즈의 시선은 해외에 가 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기업공개(IPO)도 단행한다. 백영훈 넷마블게임즈 사업전략 부사장은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넷마블게임즈의 사명은 게임업계의 삼성·LG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다양한 국내외 파트너 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체제를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넷마블게임즈는 모바일 전환기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어떻게 이런 혁신이 가능했나.

“2000년 창업한 넷마블게임즈는 2010년까지 고스톱 등 웹보드게임과 마구마구(야구게임) 서든어택(총싸움게임) 등 일부 인기 게임 덕에 먹고살았다. 매출도 국내 시장을 중심으로 연 2000억~3000억원 선에서 안정적으로 나왔다. 그러다 2011년 서든어택의 재계약이 불발하면서 위기가 왔다. (2006년 건강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났던) 창업자인 방 의장이 구원투수로 복귀해야 했다. 마침 타이밍이 좋았다. 당시 애플 아이폰3GS와 삼성 갤럭시S2가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모바일이 대세가 될 것이란 확신이 섰다. 2012년부터 회사를 ‘모바일 온리’ 체제로 싹 바꿨다. 만약 그때 위기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넷마블게임즈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가상현실(VR) 게임에 대한 기대가 높다.

“디지털 기기에 관해서라면 스스로 얼리어답터에 가깝다고 자부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남들이 잘 쓰지 않던 PDA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사는 데 수백만원을 쓰기도 했다. 최근 나온 VR 기기들도 써봤다. 아직은 때가 이른 것 같다. 기기 자체가 한 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기에 무리가 있다. 어지럼증과 같은 문제도 아직 100% 해소되지 못했다. 게임은 콘텐츠다. 콘텐츠가 시장을 선도하지는 않는다. 하드웨어의 발전에 따라 콘텐츠는 후행하는 성격이 있다. VR 기기가 좀 더 보편화될 때까지 지켜보려고 한다.”

▷모바일 이후 또 다른 패러다임의 전환은 어떻게 올 것인가.

“예단하지 않는 게 답인 것 같다. 꼭 차세대 플랫폼이 반드시 VR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지금도 미러링을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TV에서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TV에서 동시에 즐기는 게임이 대세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지금은 다소 주춤하지만 태블릿PC의 인기가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시장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이다. ”

▷글로벌 시장 전략은 무엇인가.

“그동안 나라별로 단순 번역만 제공하고 단일 게임을 내놓는 원빌드 전략을 펴왔다. 그 과정에서 문화권별로 사용자의 성향이 크게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됐다. 특히 역할수행게임(RPG)은 단순히 언어만 바꿔 서비스하면 1등을 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북미 중국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등 주요 거점별로 맞춤형 게임을 서비스하는 글로벌 멀티빌드 전략을 펴려고 한다.”

▷국가별 성향이 어떻게 달랐나.

“한국과 일본을 예로 들겠다. 한국 게이머들은 게임을 잘하든 못하든 플레이를 거듭할수록 경험치가 자동으로 쌓이는 걸 선호한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런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다. 철저하게 승리에 따른 보상으로 경험치가 올라가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일본인들은 스마트폰 충전을 회사나 외부 음식점에서 공짜로 하는 걸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플레이 시간 자체가 한국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화적 차이로 인해 나라별 서버를 통합 운영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IPO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기업가치로는 10조~12조원 안팎이라고 들었다. 상장할 증시와 IPO 규모 등은 앞으로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IPO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 계획인가.

“신규 게임 개발에도 일부 자금을 투입하겠지만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PC 시대 때도 경쟁이 심해지면서 몇몇 큰 기업으로 정리되는 과정을 겪었다. 모바일에서도 조만간 그런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역량을 갖춘 좋은 회사가 많다. M&A든 제휴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생산라인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RPG게임에 너무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넷마블 게임 가운데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작품은 2013년 출시한 캐주얼 보드게임 ‘모두의마블’이다. 세븐나이츠 이데아 레이븐 등 최근 성공을 거둔 게임들이 RPG다 보니 그런 오해가 생긴 것 같다. 그동안 모두의쿠키 폴라폴라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냈지만 실패로 돌아간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미 RPG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오히려 RPG 내부에서 다양한 장르로 분화되는 추세다. 올해 RPG 외에도 야구나 전략시뮬레이션, 캐주얼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신작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핵심이다. 과거 고객관계관리(CRM)는 생일날 축하 이벤트와 아이템 선물을 해주는 선에서 그쳤다.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각 고객의 움직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됐다. 개인별로 접속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어느 순간에 유료 결제를 했는지, 게임을 중단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등 자료가 고스란히 빅데이터로 남는다. 이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면 좀 더 개개인에게 맞는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진다. 그만큼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수익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게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상생 전략은.

“넷마블게임즈의 사명은 게임업계의 삼성·LG가 되는 것이다. 1~2인 스타트업이 뚝딱 만든 모바일게임이 대박을 치는 사례가 전혀 없진 않지만 2~3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물론 글로벌 성공 가능성이 엿보이는 게임이라면 규모와 관계없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