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시한부 선고도 막지 못한 제자 사랑
평범한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다비드 메나셰는 2006년 이명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뇌종양 판정과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당시 서른네 살이던 그는 누워서 죽기보다 15년 동안 자신이 가르친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걷다가 죽는 길을 택했다. 《삶의 끝에서》는 암이란 고난에 맞서 짧은 생을 뜨겁게 마무리한 메나셰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는 2012년 11월~2013년 2월 워싱턴 DC, 뉴욕, 시카고 등 31개 도시를 히치하이킹으로 돌며 옛 제자 75명을 만났다. 주변 시력을 잃어 한가운데만 볼 수 있고, 몸 왼쪽이 마비된 채로 지팡이를 짚어가며 떠난 여행이었다. 제자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했는지 확인하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의 특별한 여행은 언론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그는 2014년 숨을 거뒀지만 마지막까지 가슴에 품었던 삶에 대한 의지는 독자들을 숙연하게 한다. (다비드 메나셰 지음, 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280쪽, 1만3800원)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