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1531일? 정부도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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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서비스산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1531일째 국회에 발이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 통과는 반대하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외치는 것은 미스터리이자 한국에만 있는 기현상”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사실 야당의 미스터리로 치면 어디 이뿐이겠나. 의료민영화라는 용어가 단 한 줄도 안 나오는 서비스기본법을 의료민영화법이라고 읽는 놀라운 해독력도 미스터리감이다. 그것도 수많은 서비스업을 포괄하는, 말 그대로 기본에 해당하는 법인데, 마치 의료 분야를 파괴할 것처럼 떠들어대니 이런 선동질도 없다. 이들이 과거 집권 시 의료산업 선진화를 떠들던 바로 그 사람들인가 싶다.
미스터리 넘치는 나라
그러나 미스터리는 야당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서비스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당장이라도 일자리가 쏟아질 듯이 말하는 정부도 미스터리감이다. 서비스기본법은 기획재정부에 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마다 발전 계획을 짠다는 게 핵심이다. 무슨 육성 이야기만 나오면 위원회와 5개년 계획이 단골 메뉴처럼 자동으로 튀어나오고, 그것도 과거 1960~1970년대식 모델로 돌아가자는 판이니 이 역시 한국만의 기현상이요, 미스터리 아닌가. 이 법으로 늘어날 가장 확실한 일자리는 조직 확대 등을 통한 정부 쪽일 것이다. 큰 정부와 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착오적 조합을 감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스터리는 또 있다. 의료민영화 등 일각의 괴담이 문제라던 정부가 건강보험의 공공성 수호, 투자개방형 병원 철회, 원격의료 후퇴 등 결과적으로 괴담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고 말았다는 점이다. 서비스기본법,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들 의료산업이 구조적으로 달라질 건 없다는 얘기다. 흡사 노동개혁법을 꼭 빼닮은 꼴이다.
정부는 자기혁신 했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논란의 핵심에 있는 보건복지부다. 의사협회 등 이해단체의 포로가 됐는지 끌려다니기만 하는 이 부처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 놓고 핑계거리를 찾았는지 국회만 탓한다. 보건과 복지의 분리 주장도 나오지만 이런 부처를 보건산업부로 만들자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 한미약품이 산전수전 다 겪은 뒤 겨우 성공하자 그게 무슨 자기 공인 양 물타기나 하는 부처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지만 아니 고양이한테 생선 맡길 일 있나. 보건산업을 키우기는커녕 그나마 있는 싹마저 죽일 게 뻔하다. “농업도 산업”을 외치던 네덜란드는 농업부를 경제부와 합쳐 버렸다. “의료도 산업”이라면 차라리 보건산업을 타 부처로 넘기지 못할 이유도 없다.
파행을 거듭하는 서비스업은 의료만이 아니다. 교육 금융 법률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서비스업들은 하나같이 부처가 이해단체와 한통속이거나 관치가 횡행하는 곳들이다. 이런 부처에 아무리 규제개혁을 하라고 해봤자 마이동풍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또 다르다. 부처를 해체하거나 재구조화하지 않는 한 부지하세월이다.
대통령은 서비스업과 일자리 창출 성공 국가로 영국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그 영국은 규제를 들먹일 필요조차 없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아예 공무원 수를 줄여 정부 자체를 탈(脫)관료주의로 탈바꿈시키고 있지 않은가. 국회 탓만 하는 정부는 1531일 동안 뭘 한 건가. 대통령은 노회한 관료들에게 속고 있는지 모른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사실 야당의 미스터리로 치면 어디 이뿐이겠나. 의료민영화라는 용어가 단 한 줄도 안 나오는 서비스기본법을 의료민영화법이라고 읽는 놀라운 해독력도 미스터리감이다. 그것도 수많은 서비스업을 포괄하는, 말 그대로 기본에 해당하는 법인데, 마치 의료 분야를 파괴할 것처럼 떠들어대니 이런 선동질도 없다. 이들이 과거 집권 시 의료산업 선진화를 떠들던 바로 그 사람들인가 싶다.
미스터리 넘치는 나라
그러나 미스터리는 야당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서비스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당장이라도 일자리가 쏟아질 듯이 말하는 정부도 미스터리감이다. 서비스기본법은 기획재정부에 위원회를 설치하고, 5년마다 발전 계획을 짠다는 게 핵심이다. 무슨 육성 이야기만 나오면 위원회와 5개년 계획이 단골 메뉴처럼 자동으로 튀어나오고, 그것도 과거 1960~1970년대식 모델로 돌아가자는 판이니 이 역시 한국만의 기현상이요, 미스터리 아닌가. 이 법으로 늘어날 가장 확실한 일자리는 조직 확대 등을 통한 정부 쪽일 것이다. 큰 정부와 산업 발전이라는 시대착오적 조합을 감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스터리는 또 있다. 의료민영화 등 일각의 괴담이 문제라던 정부가 건강보험의 공공성 수호, 투자개방형 병원 철회, 원격의료 후퇴 등 결과적으로 괴담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고 말았다는 점이다. 서비스기본법,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된들 의료산업이 구조적으로 달라질 건 없다는 얘기다. 흡사 노동개혁법을 꼭 빼닮은 꼴이다.
정부는 자기혁신 했나
가장 큰 미스터리는 논란의 핵심에 있는 보건복지부다. 의사협회 등 이해단체의 포로가 됐는지 끌려다니기만 하는 이 부처의 존재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 놓고 핑계거리를 찾았는지 국회만 탓한다. 보건과 복지의 분리 주장도 나오지만 이런 부처를 보건산업부로 만들자는 건 코미디에 가깝다. 한미약품이 산전수전 다 겪은 뒤 겨우 성공하자 그게 무슨 자기 공인 양 물타기나 하는 부처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지만 아니 고양이한테 생선 맡길 일 있나. 보건산업을 키우기는커녕 그나마 있는 싹마저 죽일 게 뻔하다. “농업도 산업”을 외치던 네덜란드는 농업부를 경제부와 합쳐 버렸다. “의료도 산업”이라면 차라리 보건산업을 타 부처로 넘기지 못할 이유도 없다.
파행을 거듭하는 서비스업은 의료만이 아니다. 교육 금융 법률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서비스업들은 하나같이 부처가 이해단체와 한통속이거나 관치가 횡행하는 곳들이다. 이런 부처에 아무리 규제개혁을 하라고 해봤자 마이동풍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서비스업은 제조업과는 또 다르다. 부처를 해체하거나 재구조화하지 않는 한 부지하세월이다.
대통령은 서비스업과 일자리 창출 성공 국가로 영국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그 영국은 규제를 들먹일 필요조차 없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아예 공무원 수를 줄여 정부 자체를 탈(脫)관료주의로 탈바꿈시키고 있지 않은가. 국회 탓만 하는 정부는 1531일 동안 뭘 한 건가. 대통령은 노회한 관료들에게 속고 있는지 모른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