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미디어 뉴스룸-MONEY] 어릴 때 보던 만화책의 향수…중년들 웹툰에 빠지다
만화가 젊은 층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고리타분하다. 40대 아빠가 자녀와 함께 웹툰을 즐기고, 50대 비즈니스맨이 모바일로 인기 만화를 독파하는 시대다. 웹툰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음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필두로 T스토어, 올레마켓 등 오픈마켓과 레진코믹스, 탑툰, 코미코 등 유료 사이트까지 다양해지면서 독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13년 1500억원이던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지난해 295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2018년에는 5097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 따르면 2015년 12월 코리안 클릭 기준 40~50대의 페이지뷰 비율은 11%를 기록했다. 4050세대도 웹툰 소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중장년층은 웹툰에서 추억 속 만화가게 향수를 떠올린다. 지금의 40~50대는 ‘만화책 세대’다. 오락거리가 별로 없었던 그 옛날 전자오락실이나 만화가게는 최고의 놀이터였다.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만화가게를 대신해 남심(男心)은 내 손 안의 만화가게, 웹툰으로 향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성시권 씨는 “직접 책장을 넘겨 가며 읽는 아날로그적인 맛은 없어도 시공간을 초월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은 바쁜 현대 남성들에게 큰 메리트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웹툰의 양적, 질적 업그레이드도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만 보던 중년 남성을 만화 앞으로 불러모은 요인이다. 2000년대 초 태동기의 웹툰이 흥미 위주의 킬링타임용이 대부분이었다면, 시장이 커지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내용의 웹툰이 대거 등장했다. 인간의 죽음을 철학적으로 풀어낸 ‘죽음에 관하여’나,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룬 ‘곱게 자란 자식’ 등은 남성 독자에게 많은 지지를 받은 작품이다. 성씨는 “말초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메시지를 곱씹어보게 되는 내용의 콘텐츠가 웹툰 독자층을 확장시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남성이 선호하는 장르는 역사, 판타지, 무협, 정치 등이다. 성인물 또한 유료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다. 오는 3월 KBS2 TV에서 드라마화가 결정된 ‘동네변호사 조들호’(사진), 한국형 판타지인 ‘호랑이 형님’, 단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건국 이야기 ‘천국의 신화’ 등은 최근 남성들의 독보적인 사랑을 받는 웹툰이다. 드라마로 방영돼 인기를 끈 ‘미생’이나 ‘송곳’ 등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레전드 웹툰’으로 꼽힌다.

이윤경 한경머니 객원기자 cuty11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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