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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인프라 구축 시동 거는 필리핀…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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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에 부는 개발 붐

    성장률 못 따라가는 인프라
    4년간 6%대 성장세에도 인구 17%가 전기 이용 못해
    마닐라에선 교통체증 심각

    필리핀, 기업 투자처로 부상…발전소·도로 등 공사 잇따라
    건설협 참여 국내사 8곳→20곳…법인 설립 등 현지 진출 확대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인프라 구축 시동 거는 필리핀…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필리핀의 햇볕은 뜨거웠다. 수도 마닐라에서 북쪽으로 차로 두 시간 달려 도착한 래슬랙태양광발전소는 푸른 논밭 사이에 담으로 둘러싸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이곳에서 만난 발전소 책임자 안젤로 파올로 우시 씨는 “하루 일곱 시간씩 23㎿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약 9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한·아세안센터 필리핀시장조사단에 참가한 한동선 대림쏠라 대표는 “한국에선 하루 네 시간 발전이 최대”라며 “일곱 시간은 상당히 긴 편”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산하 국제기구인 한·아세안센터는 한국 기업인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돕기 위해 1년에 다섯 차례 시장조사단을 꾸려 각 나라를 돌아보고 있다.

    필리핀에 에너지·인프라 투자 붐이 불고 있다. 곳곳에 발전소가 들어서고, 새로운 도로와 대형 건물이 건설되는 모습은 필리핀의 새로운 풍경이다. 이호익 필리핀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3~4년 사이에 나타난 변화”라고 했다. 주(駐)필리핀 한국대사관엔 ‘국토관’이 8년 만에 부활했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을 돕는 직책이다. 6개월 전 부임한 박재순 국토관은 “한국 업체들의 관심이 부쩍 커졌다”며 “8곳으로 시작한 건설협의회 참여 기업이 20곳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6%대 경제성장…인프라가 발목

    2012년 이후 필리핀 경제는 연 6%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8%로 둔화했지만 인근 말레이시아(5.0%) 인도네시아(4.8%) 태국(2.8%)을 웃도는 수치다.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노무라증권 등은 올해 필리핀 경제성장률이 6.3~6.5%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진욱 ADB 이코노미스트는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비해 정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고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지 않아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것이 필리핀 경제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1000만명에 이르는 해외 거주 필리핀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외화를 보내주는 가운데 2010년 당선된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개혁정책이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

    문제는 인프라다. 1억명에 이르는 인구에 탄탄한 경제 성장이 더해지면서 전력과 인프라 부족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필리핀 인구의 17%인 약 1600만명은 전기 없이 살고 있다. 도로엔 뒤엉킨 차들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 2300만명이 사는 마닐라에서 막힐 때면 15㎞를 가는 데 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산층이 늘면서 필리핀의 자동차 판매가 2013~2015년에만 91%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잘사는 나라였다. 1965년부터 21년 동안 필리핀을 철권통치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으로 인해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1986년 하와이로 쫓겨날 때까지 부정부패와 사치를 일삼았다. 필리핀의 대외 부채는 1962년 3억6000만달러에서 1986년 283억달러로 급증했고, 인프라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 2015~2016’은 필리핀의 인프라 경쟁력 순위를 90위로 평가했다. 다른 아세안 국가인 싱가포르(2위) 말레이시아(24위) 태국(44위) 인도네시아(62위) 베트남(76위)에 한참 뒤졌고 라오스(98위)와 비슷하다. 이 회장은 “필리핀이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태양광 등 투자 기회 모색

    상황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집권 이후 바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필리핀이 ‘아시아의 병자’란 꼬리표를 떼어내고 있다”고 최근 집중 조명했다. 1986년 마르코스를 쫓아내고 민주화를 이룬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그가 대대적인 인프라 확대 정책을 펴면서다. 전애자 주한 필리핀대사관 상무관은 “민간 자본을 적극 끌어들여 민관협력(PPP) 방식의 인프라 투자를 대폭 늘린 것이 베니그노 아키노 정권”이라고 설명했다. 소유권은 정부에 있지만 기업이 20~30년 동안 운영권을 가지는 형태다.

    상습 정체 구간인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주변엔 시내 중심가까지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고가도로가 연내 완공된다. 맥주로도 유명한 필리핀 최대 기업 산미겔그룹이 공사를 맡았다. 도로 이용료도 산미겔그룹이 거둔다. 필리핀 곳곳에서 고속도로, 공항, 경전철 등이 이런 PPP 방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각종 공사현장이 늘면서 건설자재 수요도 늘고 있다. 필리핀의 인프라 투자 붐은 기회라고 한국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조립식 콘크리트 거푸집을 제작하는 예원정공의 김원범 대표는 “지금은 일일이 사람 손으로 나무판자를 덧대 거푸집을 제작하다 보니 공사 진척이 느린 편”이라며 “필리핀도 비용을 줄이고 공기를 앞당길 수 있는 조립식 거푸집을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원정공은 현지에서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도 한국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분야다.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필리핀 전기요금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다. 김태성 퓨처스솔라 대표는 “필리핀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져 아직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지역도 많다”며 “100여곳을 대상으로 태양광발전소를 세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필리핀에 넘쳐나는 폐기물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무엇보다 지분 관계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지법인 설립 시 대부분의 경우 외국인 지분율은 40%까지로 제한된다. 필리핀 지분 60%를 분산하면 한국인도 대주주가 될 수 있지만 필리핀인 주주들이 뭉쳐 경영권을 위협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는 것이다. 현지에 의료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인 정수진 SNPE 원장은 “법인세를 아끼려고 필리핀 사람 명의를 빌려 사업을 벌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며 “까다롭긴 해도 법인 설립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글로벌 컨트리 리포트] 인프라 구축 시동 거는 필리핀…한국 기업들에 '기회의 땅'으로
    마닐라=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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