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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9단 첫 승] 이세돌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진 1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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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기도 변명도 않고…끝까지 도전하는 '불굴의 승부사'

    바둑팬들 '쎈돌' 첫 승에 환호…"1202대 1의 경이로운 승리"
    외신 "인간 자존심 지켰다"

    3연패로 승부 결정난 뒤에도 알파고 깰 비책 계속 연구
    이세돌 9단(왼쪽)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에서 첫 승리를 거둔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환한 얼굴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운데)와 데이비드 실버 수석연구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이세돌 9단(왼쪽)이 1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에서 첫 승리를 거둔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환한 얼굴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가운데)와 데이비드 실버 수석연구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그간 1710번의 대국을 치러 1201번의 승리를 거둔 ‘바둑 1인자’ 이세돌 9단(33)은 단 한 차례의 승리 앞에서 목이 메었다. 13일 치러진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3연패 뒤 첫 승을 거두고 나서다. 그는 “정말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를 받는 건 처음인 것 같아요.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네요. 많은 격려 덕분에 한 판이라도 이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3연패 딛고 일어섰다

    이 9단은 누구나 승리를 예측했을 때 졌지만, 누구나 패배를 받아들였을 때 다시 일어섰다. 1202개의 중앙처리장치(CPU)로 이뤄진 AI와 당당히 대적한 ‘인간 대표’의 도전은 4국에서 기어이 결실을 거뒀다. 복기할 대상조차 없는 쓸쓸하고 외로운 싸움이었다. 패인(敗因)은 스스로에게 돌리고 기쁨은 모두와 나누는 모습에 짙은 감동을 느꼈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알파고가 이날 180수 만에 돌을 던지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2층의 공개해설실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누리꾼도 흥분 가득한 댓글을 올렸다. “(슈퍼컴퓨터) 1202 대 1의 경이로운 인간 승리! 수고했습니다.”(다음 이용자 ‘내일’)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정신력으로 인공지능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주셨습니다.”(네이버 아이디 skql****) “3차전까지 지고도 기 안 죽고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이것이 기계에는 없는 인간의 도전정신이죠.”(다음 이용자 ‘이안에’)

    외신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중국 신화통신은 “인간 바둑 챔피언이 3연패 끝에 AI를 물리쳤다”며 이세돌이 “인간 바둑기사로서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세계 바둑 챔피언이 네 번째 대국에서 처음 알파고를 물리쳤다”며 “사실상 인류를 대표하는 33세의 최고수가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세 번 내리 진 다음날”이라고 전했다.

    ◆포기 모르는 도전정신의 힘

    알파고는 수십만 건의 기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100만번 이상의 ‘자가학습’을 거쳐 이 9단과 마주했다. 평균 1~2분간 초당 10만개의 수를 고려하는 컴퓨터와 같은 규칙으로 싸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공정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변명은 없었다. 3연패 후 이 9단은 “인간이 진 게 아니라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라며 패인을 스스로에게 돌렸다.

    5전3선승제인 이번 대국에서 이 9단은 3패로 알파고에게 우승을 내준 상태. 바둑계와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사람이 알파고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비관적 전망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 9단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2국이 끝난 뒤 박정상 9단, 홍민표 9단 등 친한 바둑계 동료 기사들과 함께 밤을 새우며 연구를 거듭했다. 사실상 ‘인간 대표’로 AI와 맞붙는다는 점, 국내외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대국해야 한다는 극도의 중압감 속에서도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3국 후 이 9단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한종진 9단은 “(이 9단은) 밥을 먹는 내내 바둑 얘기만 했다”고 했다. 3-0으로 이미 알파고의 승리가 결정됐음에도 다음 대국만 구상했다는 것. 홍 9단은 “이 9단은 자신뿐 아니라 후배를 위해서라도 다음 대결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계속 연구했다”고 말했다.

    이 9단의 ‘진가’는 결국 4국에 와서야 빛을 발했다. 그와 알파고는 4국에서 2국과 같은 초반 포석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 9단이 먼저 ‘2국 따라하기’를 그만뒀다. 한 9단은 “2국처럼 두면 우세할 수 있었지만 이처럼 새로운 길을 택한 것이 이 9단의 멋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송태곤 9단은 “이 9단이 알파고와 대국하면서 알파고의 생각을 알아가는 것 같다”며 “5국에서 더 재미있는 승부가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보영/최만수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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