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 일본 최고 뮤지컬기획사로 꼽히는 도호프로덕션 고위 관계자가 공연장을 찾았다. 충무아트홀이 제작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을 보기 위해서다. 고전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줄거리와 압도적인 스케일, 중독성 있는 음악에 매료된 이 관계자는 “쇼 뮤지컬이 이렇게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데 놀랐다”며 “창작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랑 제공
오는 20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랑 제공
일본 무대에 올려도 충분히 감동과 흥행을 보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도호프로덕션은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지난 10일 체결했다. ‘김종욱 찾기’ 등 소극장 뮤지컬이 일본에 진출한 적은 있지만, 한국 창작 뮤지컬이 일본의 1000석 이상 대극장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왕용범 연출은 “라이선스 계약을 제의한 많은 제작사 가운데 도호프로덕션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져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창작 뮤지컬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100억원 매출을 달성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일본에 진출한 데 이어 EMK뮤지컬컴퍼니가 250억원을 들여 제작한 창작뮤지컬 ‘마타하리’의 세계 초연이 예정돼 있다.

지난해 11월26일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공연하는 ‘프랑켄슈타인’은 김희철 충무아트홀 본부장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획·제작하고 왕용범(대본·연출) 이성준(작곡·음악감독) 콤비가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김 본부장은 “기획 단계부터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인물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원작료를 절약하기 위해 원작자가 사망한 지 70년이 지나 저작권 문제에서 자유로운 작품을 추려내기 시작했고, 그래서 결정한 것이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설명했다.

원작의 기본 골격은 가져오되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변형해 창작의 나래를 펼쳤다. 주연 배우들이 1인 2역을 소화하도록 해 인간에서 괴물로 변해가는 인물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그렸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14년 초연 성공에 이어 재연 공연 역시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개막 10주 만에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고, 누적 관객 22만명을 동원했다.

2017년 1월8일부터 30일까지 일본 도쿄 닛세이극장 무대에 오르는 ‘프랑켄슈타인’은 뮤지컬 ‘모차르트!’로 연기상을 휩쓴 나카가와 아키노리, ‘아이다’ ‘위키드’ 등에서 활약한 일본 최고 여배우 하마다 메구미 등이 주연을 맡는다. 왕 연출은 “수익뿐만 아니라 국산 콘텐츠를 세계에서 공유하면서 문화적 공감대를 확장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제작자들은 3000억원 규모의 한국 뮤지컬시장은 너무 좁다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뮤지컬시장은 한국의 4~5배에 달한다. 창작 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과 달리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도 크다.

29일부터 6월12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하는 ‘마타하리’는 올해 가장 주목되는 창작 뮤지컬이다. 그동안 ‘엘리자벳’ ‘레베카’ ‘팬텀’ 등 유럽 뮤지컬을 주로 올린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언제부터인가 라이선스료로 지급하는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는데 마침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마타하리’를 소재로 뮤지컬을 제작해 보자고 해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마타하리는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다. 순수 한국 연출진이 만든 ‘프랑켄슈타인’과 달리 개발 단계부터 제프 칼훈(연출), 아이반 멘첼(대본), 프랭크 와일드혼(작곡), 잭 머피(작사) 등 해외 유명 연출진이 참여했다.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뮤지컬 관계자 400여명이 ‘마타하리’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옥주현의 '마타하리' 관전 포인트

"화려한 의상·치명적 몸짓 눈여겨 보세요"

"연 3천억 한국시장은 좁다" 해외로 '점프'…100억 매출 '프랑켄슈타인' 일본 수출 성공
뮤지컬 ‘마타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처형된 마타하리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배우 옥주현(사진)은 작품이 기획 단계이던 4년 전부터 ‘마타하리’ 출연을 결심했다. 최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난 그는 “부담되고 겁도 나지만 세계 무대에서 공연될 작품에 참여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더 크다”며 “섹시하면서도 강렬하고, 그러면서도 경건한 마타하리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마타하리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벨리댄스로 파리 물랭루주를 뒤흔든 ‘비운의 무희’다. 옥주현은 “화려한 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희라는 점과, 오로지 자신만 믿고 혈혈단신으로 세상에 나서는 모습이 나와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려하고 치명적인 춤이 많이 등장하는데, 한번도 그런 역할을 맡은 적이 없어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웃었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제치고 창작 뮤지컬인 ‘마타하리’를 선택한 이유로 제작진에 대한 신뢰를 꼽았다. ‘데스노트’의 작가 아이반 멘첼이 철저한 자료 조사를 거쳐 촘촘하게 써내려간 극본, 마타하리의 사진을 토대로 복원한 화려한 의상과 배경에 걸맞은 웅장한 무대, 뮤지컬 ‘지킬앤드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이 선보이는 아름다운 선율이 완벽하게 어우러진다는 것이다.

창작 뮤지컬 초연을 앞둔 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옥주현이 곧 마타하리라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제가 주인공을 맡은 ‘마타하리’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날이 오면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