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협의 조직·문화 다 뜯어고치겠다"
농민 조합원 230여만명을 대표하는 김병원 신임 농협중앙회장(사진)의 취임 일성은 ‘조직 개혁’이었다. 4년 임기의 농협중앙회 수장에 오른 김 회장은 14일 서울 서대문 중앙회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농협중앙회의 잘못된 문화와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비대한) 중앙회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김 회장이 농협 앞에 산적해 있는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농협중앙회의 잘못된 관행을 척결하고, 재무구조를 안정화시킬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농협이 지주회사 출범을 위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4조5000억원의 차입금 이자만 연간 1700억원으로, 내년 3월부터는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그는 “사업 구조 개편 이후 경영의 구조적 문제와 조직의 비대화로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경영 성과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책임경영체제를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회 내 지역주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는 1978년 전남 나주 남평농협에 입사해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장을 지낸 뒤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된 호남 출신 첫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역·조직 이기주의와 파벌주의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나부터 솔선수범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회장이 지역 조합장들을 장악하기 위한 ‘정치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던 무이자 자금(2014년 기준 8조6000억원)도 효율화·투명화한다. 지역 농축협에 대한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회 안에 ‘농축협 컨설팅지원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경영 환경이 열악한 농축협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해 맞춤형 사업을 제시하고 이 사업에 무이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협 경제지주를 폐지해 ‘1중앙회-1금융지주’ 체제로 가겠다는 김 회장 공약이 바뀔지도 관심이다. 개정된 농협법에 따라 새 농협 수장은 내년 2월까지 중앙회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해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의 사업구조 개편을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후보 시절 지역 농협이 피해를 본다는 이유로 이 계획에 반대했다. 그는 이날 “경제지주 출범은 농업인과 농축협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첫 행보로 경기 고양시에 있는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개원식에 참석했다. 사업구조 개편 이후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정체성이 흐려지고 있다는 김 회장의 판단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날 개원식에서 임직원 대상 특강을 열고 “농민이 농협의 주인”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경쟁에 밀려 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 상실로 쇠락한다”며 “협동정신에 바탕을 둔 농협 이념이 일반 기업은 갖지 못한 농협의 핵심가치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