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손해배상 소송, 이번엔 증권사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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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영증권·신한BNPP 대량 매도, 시세조종 아닌 위험회피"
대법원 "매도 가격과 물량 봤을 때 정당한 헤지 거래"
"의도적 시세조종" 투자자 손 들어준 대우증권 판결과 상반
대법원 "매도 가격과 물량 봤을 때 정당한 헤지 거래"
"의도적 시세조종" 투자자 손 들어준 대우증권 판결과 상반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 수익금을 지급받기 직전에 발행사가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주식을 대량 매도해 손해를 본 투자자가 증권사와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졌다. KDB대우증권이 비슷한 일을 했다가 소송을 당해 투자자에게 돈을 물어준 것과 상반된 판결이다.
◆뒤바뀐 판결 결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개인투자자 김모씨가 BNP파리바은행과 신영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헤지 거래로 기초자산 시세에 영향을 줬더라도 파생상품의 계약 조건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하는 등 거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시세 조종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2006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와 기아자동차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신영증권 ELS에 1억원을 투자했다. 조기상환일에 두 종목의 종가가 일정액 이상이면 연 16.1%의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이 상품의 헤지 거래는 BNP파리바은행이 맡았다. ELS의 첫 조기상환일인 2006년 9월4일 장 마감 10분 전까지 하이닉스와 기아차 주가는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넘어서 있었다. 하지만 BNP파리바은행이 마감 직전 3분간 기아차 주식 140만주를 팔았고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결국 김씨는 이 상품의 만기일에 원금의 30%를 밑도는 2950만원만 되돌려받았다. 재판부는 “BNP파리바은행이 낸 매도주문은 가격이나 수량 등에 비춰봤을 때 주가 하락을 노린 허수주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대우증권을 상대로 한 비슷한 소송에서는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우증권의 행위로 중도상환 조건 성취가 방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당시 대법원의 해석이었다. ELS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헤지 거래와 사심이 있는 불공정 거래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설명한다. 한 증권사의 ELS 담당자는 “일부 ELS 트레이더가 추가 하락을 예측해 헤지 물량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례가 있다”며 “비슷한 사건이라도 매물 가격대와 물량에 따라 법원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델타헤지의 비밀
증권사들이 ELS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되돌려주기 위해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델타헤지’라고 부른다. 처음 종목형 ELS를 판매한 시점에 발행사는 투자금의 50%는 채권에, 50%는 개별 종목에 투입한다. 주가가 오를 때는 비싸진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는 저가 매수에 나선다. 계산이 복잡해지는 것은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종목의 주가가 녹인 시작점(손실구간 진입 시점) 근처까지 떨어졌을 때다. 상당수 일반 투자자들은 녹인 지점에 도달한 시점부터 발행사가 개별 종목을 매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보다 한발 앞서 매수와 매도의 방향이 바뀐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서혁준 NH투자증권 에쿼티솔루션부장은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녹인 시점 주가보다 5%가량 비싼 지점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한다”며 “이 시점에 개별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발행사의 매물과 주가 하락을 예측한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물량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초자산으로 쓰인 종목이 녹인 지점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기초자산 주가가 녹인 지점 이하로 떨어졌을 때 ELS 발행사들은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 기법을 쓴다. 100억원 규모로 발행된 종목형 ELS 관련 매물이 200억~300억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종목이 상승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팔았던 주식을 되사기 시작한다.
송형석/양병훈 기자 click@hankyung.com
◆뒤바뀐 판결 결과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개인투자자 김모씨가 BNP파리바은행과 신영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헤지 거래로 기초자산 시세에 영향을 줬더라도 파생상품의 계약 조건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하는 등 거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시세 조종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2006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와 기아자동차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신영증권 ELS에 1억원을 투자했다. 조기상환일에 두 종목의 종가가 일정액 이상이면 연 16.1%의 수익을 얻는 구조였다. 이 상품의 헤지 거래는 BNP파리바은행이 맡았다. ELS의 첫 조기상환일인 2006년 9월4일 장 마감 10분 전까지 하이닉스와 기아차 주가는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넘어서 있었다. 하지만 BNP파리바은행이 마감 직전 3분간 기아차 주식 140만주를 팔았고 조기상환이 무산됐다. 결국 김씨는 이 상품의 만기일에 원금의 30%를 밑도는 2950만원만 되돌려받았다. 재판부는 “BNP파리바은행이 낸 매도주문은 가격이나 수량 등에 비춰봤을 때 주가 하락을 노린 허수주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과 올해 2월 대우증권을 상대로 한 비슷한 소송에서는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우증권의 행위로 중도상환 조건 성취가 방해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당시 대법원의 해석이었다. ELS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헤지 거래와 사심이 있는 불공정 거래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설명한다. 한 증권사의 ELS 담당자는 “일부 ELS 트레이더가 추가 하락을 예측해 헤지 물량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우는 사례가 있다”며 “비슷한 사건이라도 매물 가격대와 물량에 따라 법원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델타헤지의 비밀
증권사들이 ELS 투자자들에게 원리금을 되돌려주기 위해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주식을 사고파는 것을 ‘델타헤지’라고 부른다. 처음 종목형 ELS를 판매한 시점에 발행사는 투자금의 50%는 채권에, 50%는 개별 종목에 투입한다. 주가가 오를 때는 비싸진 주식을 팔아 이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는 저가 매수에 나선다. 계산이 복잡해지는 것은 기초자산으로 활용된 종목의 주가가 녹인 시작점(손실구간 진입 시점) 근처까지 떨어졌을 때다. 상당수 일반 투자자들은 녹인 지점에 도달한 시점부터 발행사가 개별 종목을 매도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보다 한발 앞서 매수와 매도의 방향이 바뀐다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서혁준 NH투자증권 에쿼티솔루션부장은 “증권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녹인 시점 주가보다 5%가량 비싼 지점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한다”며 “이 시점에 개별 종목의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발행사의 매물과 주가 하락을 예측한 헤지펀드들의 공매도 물량이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초자산으로 쓰인 종목이 녹인 지점 밑으로 내려가면 다시 회복하는 게 쉽지 않다. 기초자산 주가가 녹인 지점 이하로 떨어졌을 때 ELS 발행사들은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 기법을 쓴다. 100억원 규모로 발행된 종목형 ELS 관련 매물이 200억~300억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종목이 상승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팔았던 주식을 되사기 시작한다.
송형석/양병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