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등 원자재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원자재 연계 상품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일본과 유럽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편 것이 원자재 등 위험 자산의 인기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8달러50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단기 저점이었던 지난달 11일(26달러11센터)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40%를 넘는다. 유가가 충분히 떨어졌다는 분석이 유가를 밀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논의를 시작한 것도 유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일제히 오름세다. 산업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지난 1월 당 4300달러 선까지 떨어졌지만 14일 현재 4941달러를 회복했다.

원자재 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원자재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펀드 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원자재 펀드에는 1543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바닥에서 원자재 연계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짭짤한 수익을 냈다. 서부텍사스원유 가격과 연계해 움직이는 ETF인 ‘TIGER 원유선물(H)’의 14일 종가는 3810원이다. 올해 최저점이었던 1월21일(3080원)에 이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는 한 달여 만에 23%의 수익을 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유가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배럴당 50달러의 벽을 넘기엔 힘이 부족할 것이란 설명이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원유 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공급 과잉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유가가 오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