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사모펀드는 금융 빈틈 채우는 물 같은 존재…규제 대폭 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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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취임 1년
사모펀드, 은행처럼 기업에 대출 가능하게
현대증권 매각 제대로 해야 현대상선 지원
대우조선 꼭 살려야…우리은행 매각 속도 낼 것
사모펀드, 은행처럼 기업에 대출 가능하게
현대증권 매각 제대로 해야 현대상선 지원
대우조선 꼭 살려야…우리은행 매각 속도 낼 것
![임종룡 "사모펀드는 금융 빈틈 채우는 물 같은 존재…규제 대폭 풀 것"](https://img.hankyung.com/photo/201603/AA.11403997.1.jpg)
임 위원장 자신도 금융개혁을 목표로 지난 1년을 쉼 없이 달려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금융계엔 묵은 금융 규제를 차분히 없애온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가 많지만 은산분리 완화 등 본질적인 규제 해소에는 큰 진척이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서둘러 정책을 쏟아내다 보니 금융시장 현장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위원장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모펀드가 은행처럼 기업에 대출할 수 있도록 올해 안에 관련 규제를 전면 손질하겠다”고 말했다. 또 “취임 전 친동생이 ‘우리은행 민영화’와 ‘증시 3000시대 진입’ 두 가지만 하면 성공한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어느 것도 달성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꼭 진전을 이루고 싶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올해 금융개혁 중점 과제로 “기업 등 실물 경제에 돈이 흘러가도록 금융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작년엔 금융회사 간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가 혜택을 보도록 개혁을 추진했다면 올해는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금융 수혜를 입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거의 다 풀겠다”고 했다. 미국, 유럽처럼 사모펀드 운용에 정부가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사모펀드특별법’을 제정해 투자 영역에 제한을 없앨 계획이다.
사모펀드는 임 위원장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많은 분야다. 그는 2003년 옛 재정경제부 금융종합정책과장으로 일할 때 사모펀드 기초법안들을 직접 손질했다. 그는 “사모펀드는 금융시장의 물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은행, 증권, 자산운용사 등 기존의 금융 하드웨어는 새로운 영역을 넘나들기 어려운 데 비해 사모펀드는 기존 금융 하드웨어가 만들어 놓은 공백을 채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부실채권(NPL) 전문기관인 유암코에 시장형 기업 구조조정을 맡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채권은행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들고 있는 기업 지분을 유암코가 설정한 사모펀드가 인수함으로써 구조조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240조원 규모로 커진 사모펀드가 대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게 되면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역할이 커질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시장 원칙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 있는 기업은 주인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현대상선만 해도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빼고 모두 판다는 진정성을 보이지 않으면 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4일 본입찰이 예정된) 현대증권 매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사채권자나 선박금융 제공자를 구조조정 과정에 동참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선 “살려야 할 기업”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유가 급락 때문에 어려워지긴 했지만 해양플랜트 기술은 한국만의 경쟁력”이라며 “이미 대가를 다 치렀는데 중국 등 경쟁국에 기술이 넘어가거나 해서 우리의 경쟁력이 사장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기업 구조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파산하는 기업이 없다고 해서 기업 구조조정이 안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이 자구계획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이에 근거해 채권단 등이 자금을 지원하는 게 구조조정”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해 아쉬웠던 점으로 우리은행 지분을 중동 국부펀드 등에 매각하는 일이 불발된 일을 꼽았다. 지분 매각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각 작업을 늦추는 일은 없고, 지금도 시장 전문가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있다”며 “지난해 우리은행의 경영지표가 전년보다 좋아진 만큼 국내외 시장에 이를 충분히 알리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