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外華內貧). 코스닥지수가 700선에 육박했지만 시장의 질은 ‘묻지마 투자’로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우선 4년 연속 적자를 내며 상장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이 9거래일 연속 이상 급등세를 보이며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봇, 인공지능 등 각종 테마주와 주가 변동성이 큰 소형주에 단기 매수세가 몰리면서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합리적 투자’가 실종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주가그래프 과연 정상일까요?…19억이 200조 시장 흔들었다
‘묻지마 투자’가 삼켜버린 ‘합리적 투자’

15일 코스닥지수는 2.29포인트(0.33%) 오른 693.34에 장을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353억원, 1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은 ‘700 고지’에 성큼 다가섰지만 정작 반등을 이끈 주도주는 찾기 힘들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셀트리온(이날 주가등락률 -0.38%) 메디톡스(-0.86%) 바이로메드(-0.59%) 카카오(-1.07%) CJ E&M(-1.44%) 등 주요 업종 대장주들은 힘을 못 쓰고 있다.

반면 지난해 매출 176억원에 영업손실 213억원을 기록한 코데즈컴바인은 이날 가격 제한폭(29.92%)까지 치솟은 15만1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 2일(2만3200원) 이후 10거래일 만에 6.5배로 뛰었다. 코데즈컴바인 시가총액은 5조7180억원으로 이날 하루에만 1조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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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들의 총 시가총액이 205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코데즈컴바인의 상승분(1조3000억원, 전체의 0.63%)이 코스닥지수 상승률(0.33%)을 웃돈다. 특히 19억원에 불과한 코데즈컴바인 거래량이 시가총액 200조원의 코스닥시장을 뒤흔드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코데즈컴바인은 유통주식(3700만주)의 99% 이상(3675만여주)이 의무보호예수(지분 매각 제한)로 묶여 있고 실적 개선도 확인되지 않은 관리 종목이다.

한국거래소가 이달 들어 ‘현저한 시황변동’을 이유로 조회공시를 요구한 상장사는 12곳에 이른다. 코데즈컴바인을 비롯 누리플랜, 엠젠플러스 등 중소형주가 대다수다. 이들 상장사는 ‘주요 정보 없음’ 혹은 ‘미확정’ 등의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뾰족한 대책 없는 금융당국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촉발한 사회적 관심에 편승한 세칭 ‘인공지능 관련주’ ‘로봇 관련주’들도 널뛰기를 거듭하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업체인 에이디칩스는 11일 23.58%, 14일 -15.30%, 15일 1.75% 등 대국 결과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10일 17.20% 급등한 디에스티로봇은 이후 3거래일 동안 25% 가까이 급락했고 우리기술, 유진로봇 등도 비슷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이처럼 코스닥시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요동치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징후가 발견되면 금융당국에 통보하는 시스템”이라며 “문제가 시급하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기도 하지만 바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말했다.

심은지/김동욱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