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핵심임원 3명 새누리당 비례대표 신청에 '시끌'
“참 해도 너무한다. 그렇게 ‘국개의원’(국회의원을 비하하는 표현)이 되고 싶나. 한국노총 해체해라. 집회에 참석한 게 창피하다. 상급단체 분담금을 낸 게 억울하고 부아가 치민다. 한국노총 탈퇴하고 다른 데 갈란다.”(울산 노동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핵심 임원들의 새누리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1월 노·사·정 대타협을 파기한 뒤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며 총선에서 심판하겠다던 한국노총 지도부가 심판 대상으로 삼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노조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로 신청한 이들은 김주익 수석부위원장, 이병균 사무총장, 임이자 여성담당 부위원장으로 한국노총의 핵심 임원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24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정부의 2대 지침(일반해고·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과 노동개혁법 개정에 맞서 총력 투쟁을 결의했다. 새누리당을 겨냥해 “4월 총선에서 ‘반(反)노동자 정당’을 심판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노총 임원들의 여당 비례대표 신청을 놓고 “표는 야당에 주겠다면서 의원 뱃지는 여당에 달라고 한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국노총 내부 게시판에는 지난 14일부터 집행부를 성토하는 글이 쏟아졌다.

한 조합원은 “총선에서 반노동 정당인 새누리당을 심판하자고 결의해놓고 반노동정당에 비례대표를 신청한 건 개도 웃을 일”이라며 “사퇴하지 않으면 단위조합 대표자들이 몰려가 강제로 끌어낼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성남의 상하운수 택시노조 한만선 위원장은 “지난번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임원들은 ‘임기 중 어떤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조합원들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영달을 꾀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고 비판했다. “노동운동하면서 정부 여당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하지만 실질적으로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며 “차라리 여당에 가서 일하자”는 옹호론자도 일부 있었다.

상임임원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한국노총 규약(제48조)도 도마에 올랐다. 규약에 따르면 한국노총 위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당직 겸임을 포함한 정당활동을 할 수 없고, 상임임원은 중앙위원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정당활동 등을 할 수 없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선거 때만 되면 겪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강하게 새누리당을 비판해놓고 비례대표를 신청한 것은 비정상적인 일로, 조직의 판단이 아니라 개인의 욕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