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외면하는 사조그룹
사조그룹 계열사들이 주주가치를 보호하는데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영진을 감시할 사외이사에 전직 임원을 선임하는가 하면 가파른 주가 하락에도 기업설명회(IR) 등과 같은 활동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사조산업은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사천 사외이사 겸 감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박 이사는 1974년부터 1997년까지 사조산업에서 근무한 전직 임원 출신이다. 그는 2007년부터 10년 가까이 여러 사조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해왔다. 사조오양의 사외이사 및 감사도 겸직하고 있는 박 이사는 조만간 열리는 사조오양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될 예정이다.

박 이사 외에 현재 사조산업 사외이사들도 비슷한 성향의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사조시스템즈 대표이사 출신인 이명성 씨와 2004년부터 여러 사조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를 맡아온 최칠규 피앤디에셋 대표 등이다. 이명성 전 대표는 현재 사조대림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다. 또 사조오양과 사조씨푸드는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해 박길수 사조산업 전 대표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영진의 전횡 등을 견제할 인적 시스템 구성이 허술한 만큼 사조그룹의 기업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 관리에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IR을 거의 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증권사 연구원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기업 탐방도 받지 않고 있다. 사조산업 주가가 작년 중순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지만 회사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사조산업은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6만3900원에 마감하며 작년 고점인 7월21일 종가(11만4000원)와 비교해 43.94% 하락했다.

주가가 하락한 틈을 타 본격화된 사조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그룹 식품총괄본부장은 작년 8월19일 사조산업 지분 10만주를 사들였다. 주 본부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도 사조산업 지분 50만주를 매입했다.

김승 SK증권 연구원은 “사조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튼실하지만 주가는 극도로 저평가돼 있다”며 “대주주 간 거래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고 기업 정보도 불투명해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조그룹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IR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