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즐겨라, 몰입하라…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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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이어령 등 우리시대 석학 8인의 행복론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
김형석 이어령 외 지음 / 프런티어 / 348쪽 / 1만5000원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
김형석 이어령 외 지음 / 프런티어 / 348쪽 / 1만5000원
영화 ‘불의 전차’에는 영국 국가대표 육상 선수인 아브라함과 리델이 등장한다. 아브라함은 1등이 되기 위해 달렸고, 리델은 신이 주신 재능을 즐긴다는 마음으로 뛰었다. 두 사람은 1924년 파리 올림픽에 출전해 100m와 4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다. 금메달을 거머쥔 뒤 두 사람의 표정은 확연히 달랐다. 아브라함의 얼굴엔 허망함이 가득했고, 리델은 그 누구보다 환희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두 사람이 느낀 행복감의 차이에 대해 “승리라는 ‘쾌락’은 소멸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브라함은 승리 후 목표를 잃어버렸지만, 리델은 달랐다. 강 총장은 “리델이 설정한 삶의 비전은 신앙이었고, 올림픽 금메달이란 목표는 그 비전을 이뤄가는 과정 중 하나였기에 자신의 성취를 온전히 기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의 일화는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꿈꾸지만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는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강 총장 등 우리 시대의 석학으로 꼽히는 8인의 ‘행복론’을 담았다.
‘한국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 명예교수는 행복론을 설파하기 전에 ‘본능적 욕망’과 ‘정신적 욕망’을 구분한다. 성욕, 식욕, 권력욕 등 본능적 욕망은 소유에 한계가 있고, 필연적으로 남의 것을 빼앗거나 빼앗기게 된다. 본능적 욕망을 충족시켰을 때 잠깐은 기쁘지만, 이내 상실감과 불안을 느끼는 이유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할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음악을 사랑할 때, 학문과 진리를 통해 성취를 얻었을 때, 도덕적 가치를 구현해 나갈 때 느끼는 기쁨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여러 가지 정신적 가치 중에서도 성실과 사랑을 행복의 두 기둥으로 정의했다.
이 이사장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배움과 창조의 틀에서 행복을 바라본다. 개인이 자신의 삶 자체를 창조하고 즐기며 지성을 쌓아가는 ‘낙지자(樂之者)’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순간의 승리와 승진 등 작은 욕망에 휘둘리지 말고 일 그 자체와 하나가 돼 즐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만 해도 모자란 시간에 ‘해야 할 일’까지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해야 할 일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일까. 바로 ‘몰입’이다. 누구나 마감 시간에 임박해 초인적인 몰입 능력을 발휘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하기 싫었던 일이라 할지라도 ‘몰입’의 지경을 경험하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은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의 행복감을 끌어내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하고, 전영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감사를 통한 충만한 관계에서 행복이 만들어진다”고 설파한다. 김영순 인하대 교육대학원장은 “나눔의 경험을 통해 타자를 이해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전성수 부천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행복한 성공을 위해선 가족끼리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하브르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행복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타인 지향적 삶이 아니라 자기 지향적 삶을 살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진리에 다다른다.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를 이룬 이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와 경험들은 덤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강성모 KAIST 총장은 두 사람이 느낀 행복감의 차이에 대해 “승리라는 ‘쾌락’은 소멸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아브라함은 승리 후 목표를 잃어버렸지만, 리델은 달랐다. 강 총장은 “리델이 설정한 삶의 비전은 신앙이었고, 올림픽 금메달이란 목표는 그 비전을 이뤄가는 과정 중 하나였기에 자신의 성취를 온전히 기뻐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두 사람의 일화는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누구나 행복하기를 꿈꾸지만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나》는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이어령 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강 총장 등 우리 시대의 석학으로 꼽히는 8인의 ‘행복론’을 담았다.
‘한국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김 명예교수는 행복론을 설파하기 전에 ‘본능적 욕망’과 ‘정신적 욕망’을 구분한다. 성욕, 식욕, 권력욕 등 본능적 욕망은 소유에 한계가 있고, 필연적으로 남의 것을 빼앗거나 빼앗기게 된다. 본능적 욕망을 충족시켰을 때 잠깐은 기쁘지만, 이내 상실감과 불안을 느끼는 이유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할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음악을 사랑할 때, 학문과 진리를 통해 성취를 얻었을 때, 도덕적 가치를 구현해 나갈 때 느끼는 기쁨은 빼앗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여러 가지 정신적 가치 중에서도 성실과 사랑을 행복의 두 기둥으로 정의했다.
이 이사장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배움과 창조의 틀에서 행복을 바라본다. 개인이 자신의 삶 자체를 창조하고 즐기며 지성을 쌓아가는 ‘낙지자(樂之者)’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순간의 승리와 승진 등 작은 욕망에 휘둘리지 말고 일 그 자체와 하나가 돼 즐기라는 뜻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만 해도 모자란 시간에 ‘해야 할 일’까지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해야 할 일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일까. 바로 ‘몰입’이다. 누구나 마감 시간에 임박해 초인적인 몰입 능력을 발휘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설령 우리가 하기 싫었던 일이라 할지라도 ‘몰입’의 지경을 경험하면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황농문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몰입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은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은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의 행복감을 끌어내는 훈련을 하라”고 조언하고, 전영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감사를 통한 충만한 관계에서 행복이 만들어진다”고 설파한다. 김영순 인하대 교육대학원장은 “나눔의 경험을 통해 타자를 이해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전성수 부천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행복한 성공을 위해선 가족끼리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하브르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행복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타인 지향적 삶이 아니라 자기 지향적 삶을 살 때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진리에 다다른다. 자신의 분야에서 대가를 이룬 이들이 전하는 삶의 지혜와 경험들은 덤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