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표적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독일식 마더센터(Mother Center)’ 도입이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의 공약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공약의 재원 마련 등 구체적인 비용추계가 빠진 데다 당 정책위원회와도 사전 조율 없이 발표된 것이어서 설익은 ‘공약 재탕’이란 내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마더센터’는 아이들의 육아를 부모뿐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지원하는 곳으로, 학교 일과를 마친 아이들의 육아를 사회가 나서 돕자는 취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20대 총선 새누리당의 핵심 5대 공약”이라고 소개하며 “독일의 마더센터를 모델로 한국식 마더센터를 전국 곳곳에 설립해 앞으로 10년 후에는 은행 수만큼 마더센터를 마련하고 보험설계사 수만큼 엄마도우미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마더센터 설치를 이번 총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독일식 마더센터 도입 공약은 조동원 당 홍보기획본부장이 제안했다. 이 공약은 박 시장이 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재·보선에 도전했을 때 내세웠던 공약이다. 박 시장은 2015년에는 ‘사회혁신 콘퍼런스’를 서울에서 개최해 독일 마더센터 창립자 힐데가르드 슈쉬를 초청하기도 했다. 조 본부장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알고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혀 몰랐다. 처음 듣는 얘기”며 “서울시가 독일 제도를 베낀 것에 불과하다. 제대로 정책을 실현하려면 좌파 정부에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공약을 베낀 적이 없다는 조 본부장의 해명이 석연치 않은 데다 당 정책위원회가 정책 설계과정에서 배제되면서 제대로 공약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훈 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책위) 내부에서 (박 시장의 공약과 비슷하다는 우려에 대한) 검토 보고는 받은 바 있다”고 답했다. 당 내부에서 마더센터가 박원순 시장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 야권에서 이미 사용한 공약이어서 당 차원의 공식 공약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검토보고서를 김 의장에게 제출했다는 뜻이다.

김 의장은 이어 “공약을 만드려면 정부 부처와 협의도 사전 거쳐야 하고 예산계획이 확실하게 나와줘야 하는데 (마더센터는) 홍보본부장이 발표한 홍보용 공약(에 불과하다)”며 “조 본부장에게는 (미리 협의되지 않은 공약인 만큼) 나와 연결짓지 마라고 했다”고 말해 선을 그었다. 다음 주 초 발표 예정인 새누리당 총선 공약집에 마더센터가 공식적으로 게재되느냐는 질문에는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