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봄에 만나는 설국…눈부신 '하얀 수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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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오모리
골이 깊을수록 산이 높듯이 겨울바람이 차가울수록 봄이 더욱 반갑다. 하지만 다들 봄, 봄 해도 가는 겨울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제대로 눈 구경도 못 했는데…. 무심히 가버리는 겨울의 끝이 아쉬워 아직도 눈이 가득한 일본 아오모리를 찾았다. 아오모리현에는 계절의 변화가 무색할 만큼 아직도 반짝이는 설국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아오모리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마치 겨울왕국처럼 쌓여 있는 눈의 향연 속에서 봄은 제 차례를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코다산 설경을 누비다
일본 혼슈 지역 최북단에 있는 아오모리현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자 세계 최대의 너도밤나무 자생지인 ‘시라카미 산지’를 품고 있는 빼어난 자연관광지다. 아오모리시 남쪽으로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인 하코다산(八甲田山, 1580m)이 장엄하게 솟아 있다. 하코다산을 찾아가려면 눈 쌓인 산비탈을 굽이굽이 돌아가야 한다. 길이 아슬아슬하지만 마치 하얀 옷을 입은 것 같은 침엽수림의 눈꽃 핀 풍경에 빠져 걷다 보면 아찔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산 아래에서 바라본 하코다산은 하늘의 구름과 설산의 봉우리가 서로 엉켜 그 경계가 희미하다. 하코다 로프웨이(스키리프트)를 타고 정상까지 10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멀리 쓰가루, 시모키타 반도와 홋카이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하코다산의 백미는 눈보라에 나부껴 춤추다 얼어붙은 것 같은 나뭇가지의 수빙이다. 일본 사람들은 나무에 붙은 수빙의 모습이 익살스런 괴물처럼 느껴졌는지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라고 부른다.
봄의 중턱에 들어선 3월인데도 하코다산은 여전히 겨울왕국이다. 하코다산 정상에서 7㎞에 달하는 긴 코스에는 아직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이들이 북적거린다. 밀가루를 뿌린 듯 폭신하게 쌓인 파우더 눈을 가르며 너도밤나무 사이를 달리는 다이내믹한 슬로프를 초여름인 5월 중순까지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이 길다 보니 트레킹이나 산책을 할 수 있는 체험형 레저도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산 정상에서 눈에 빠지지 않게 제작한 신발을 신고 가이드와 함께 겨울 너도밤나무숲을 산책하거나 최고 높이 9m인 눈의 회랑(回廊)이 8㎞나 이어진 하코다, 도와다 골드라인을 걷는 ‘하코다 워크’가 대표적이다. 따뜻한 온천에서 겨울을 녹이다
하코다산은 아오모리현을 대표하는 온천지역이기도 하다. ‘스카유 온천’은 약 350년 전에 개장한 하코다산의 유서 깊은 온천인데 1000여명이 동시에 입욕할 수 있는 ‘센닌부로(千人風呂)’와 유백색 유황온천탕으로 유명하다. 노송을 사용한 욕탕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부끄러움이 많은 이라면 남녀 성별 전용 욕탕에 들어가지만 용감한(?) 사람이라면 혼욕을 즐길 수도 있다. 혼욕이 부담스럽다면 온천 매점에서 입욕용 가운을 구입해 탕에 들어가면 된다.
아오모리 공항에서 ‘호시노리조트 아오모리야’까지 가는 길은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는 기분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바닷길을 달리다 작은 가옥들을 만나기도 하고, 침엽수가 우거진 숲과 끝없이 눈이 펼쳐진 평야와 마주치기도 한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 만날 수 있는 호시노 리조트
호시노리조트 아오모리야는 리조트 안에서 온천과 아오모리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일본인도 즐겨 찾는 곳이다. 리조트 내에 있는 ‘우키유(浮湯) 온천’은 특히 노천온천으로 유명하다. 불꽃이 피어오른 듯한 등불과 온천의 수증기가 어우러져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리조트는 거대한 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72만7272㎡에 달하는 리조트 산책로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리조트 내의 미쓰노코 마쓰리야는 아오모리의 축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독특한 형태로 만든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안에는 아오모리 대표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에서 사용된 다양한 형태의 등불이 전시돼 있다. 레스토랑에 마쓰리에서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축제에 참여한 것처럼 ‘랏세라’(영차와 비슷한 의미)를 외치며 흥겨워했다. 어느새 아오모리의 밤은 저물어가고 눈 덮인 정원을 돌아보는데 이제 막 움을 튼 나무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아오모리에도 어느덧 봄이 시작된 것이다.
아오모리=김지은 여행작가 specialna74@naver.com
일본 혼슈 지역 최북단에 있는 아오모리현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원시림이자 세계 최대의 너도밤나무 자생지인 ‘시라카미 산지’를 품고 있는 빼어난 자연관광지다. 아오모리시 남쪽으로 일본 100대 명산 중 하나인 하코다산(八甲田山, 1580m)이 장엄하게 솟아 있다. 하코다산을 찾아가려면 눈 쌓인 산비탈을 굽이굽이 돌아가야 한다. 길이 아슬아슬하지만 마치 하얀 옷을 입은 것 같은 침엽수림의 눈꽃 핀 풍경에 빠져 걷다 보면 아찔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산 아래에서 바라본 하코다산은 하늘의 구름과 설산의 봉우리가 서로 엉켜 그 경계가 희미하다. 하코다 로프웨이(스키리프트)를 타고 정상까지 10분 정도 올라가다 보면 산과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에는 멀리 쓰가루, 시모키타 반도와 홋카이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하코다산의 백미는 눈보라에 나부껴 춤추다 얼어붙은 것 같은 나뭇가지의 수빙이다. 일본 사람들은 나무에 붙은 수빙의 모습이 익살스런 괴물처럼 느껴졌는지 ‘스노 몬스터(snow monster)’라고 부른다.
봄의 중턱에 들어선 3월인데도 하코다산은 여전히 겨울왕국이다. 하코다산 정상에서 7㎞에 달하는 긴 코스에는 아직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이들이 북적거린다. 밀가루를 뿌린 듯 폭신하게 쌓인 파우더 눈을 가르며 너도밤나무 사이를 달리는 다이내믹한 슬로프를 초여름인 5월 중순까지 만끽할 수 있다.
겨울이 길다 보니 트레킹이나 산책을 할 수 있는 체험형 레저도 다양하게 발달해 있다. 산 정상에서 눈에 빠지지 않게 제작한 신발을 신고 가이드와 함께 겨울 너도밤나무숲을 산책하거나 최고 높이 9m인 눈의 회랑(回廊)이 8㎞나 이어진 하코다, 도와다 골드라인을 걷는 ‘하코다 워크’가 대표적이다. 따뜻한 온천에서 겨울을 녹이다
하코다산은 아오모리현을 대표하는 온천지역이기도 하다. ‘스카유 온천’은 약 350년 전에 개장한 하코다산의 유서 깊은 온천인데 1000여명이 동시에 입욕할 수 있는 ‘센닌부로(千人風呂)’와 유백색 유황온천탕으로 유명하다. 노송을 사용한 욕탕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옛 정취를 느끼게 한다. 부끄러움이 많은 이라면 남녀 성별 전용 욕탕에 들어가지만 용감한(?) 사람이라면 혼욕을 즐길 수도 있다. 혼욕이 부담스럽다면 온천 매점에서 입욕용 가운을 구입해 탕에 들어가면 된다.
아오모리 공항에서 ‘호시노리조트 아오모리야’까지 가는 길은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는 기분이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바닷길을 달리다 작은 가옥들을 만나기도 하고, 침엽수가 우거진 숲과 끝없이 눈이 펼쳐진 평야와 마주치기도 한다.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 만날 수 있는 호시노 리조트
호시노리조트 아오모리야는 리조트 안에서 온천과 아오모리 전통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일본인도 즐겨 찾는 곳이다. 리조트 내에 있는 ‘우키유(浮湯) 온천’은 특히 노천온천으로 유명하다. 불꽃이 피어오른 듯한 등불과 온천의 수증기가 어우러져 따뜻하고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리조트는 거대한 공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72만7272㎡에 달하는 리조트 산책로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리조트 내의 미쓰노코 마쓰리야는 아오모리의 축제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독특한 형태로 만든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안에는 아오모리 대표 축제인 네부타 마쓰리에서 사용된 다양한 형태의 등불이 전시돼 있다. 레스토랑에 마쓰리에서 부르던 노래가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축제에 참여한 것처럼 ‘랏세라’(영차와 비슷한 의미)를 외치며 흥겨워했다. 어느새 아오모리의 밤은 저물어가고 눈 덮인 정원을 돌아보는데 이제 막 움을 튼 나무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아오모리에도 어느덧 봄이 시작된 것이다.
아오모리=김지은 여행작가 specialna7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