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육성하는 대학기업의 연간 매출이 중국 베이징대 대학기업의 0.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대학기업의 연매출은 154억원(2014년)으로 베이징대의 769억위안(약 14조원·2013년), 칭화대의 461억위안(약 8조4000억원·2013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중국 대학들이 30여년 전부터 대학기업 육성에 나서 연매출 수조원의 기업을 키운 데 비해 서울대 등 한국 대학은 창업과 기술 사업화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뒤처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초부터 중국 대학기업을 연구한 서울대 교수 네 명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학교에 냈다. 서울대 대의기구인 평의원회 소속 정근식 사회학과 교수(당시 의장) 등은 보고서에서 “서울대가 기존에 추구한 ‘교육·연구형 대학’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며 “‘기업가형(型) 대학’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연구를 시작한 것은 서울대가 2011년 법인이 된 뒤에도 재정을 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의 돌파구를 대학기업이 활성화한 중국에서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칭화대 소속 대학기업인 칭화유니가 세계 3위 반도체회사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하고 SK하이닉스에 지분 투자를 제의하는 등 세계 반도체업계의 이목을 끌 정도로 성장한 점도 배경이 됐다.
이들은 중국 대학기업에 대한 기초연구를 토대로 지난해 10월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방문했다. 두 대학이 세운 기업들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중관춘에서 창업보육과 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도 살펴봤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국 대학들이 한국의 대학 조직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